일상/의견

놀이동산에서 생수 한 병이 비싼 황당한 이유

에그2 2011. 5. 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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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여자친구와 에버랜드에 갔다. 주말을 피해 평일날 가서 그런지 조금 여유롭게 갔다 온 것 같다. 에버랜드는 꼭 무슨 만화에서 나오는 동산 같다. 그렇다고 텔레토비에 나오는 그런 동산은 아니다. 오히려 에버랜드는 꽃과 동물들, 그리고 놀이기구가 함께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인 것 같았다.

 

하지만, 환상도 깨지기 마련. 세속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환상의 세계에 빠져 즐겁게 지내려면 경제적 여건이 아주 좋아야 한다. , 돈이 많아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왔으면 자유이용권이 낭비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친구로부터 들었는데, 평일에 와도 그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 나를 환상에서 확 깨준 사건은 바로 생수를 사먹으면서 생겼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데, 여기는 조그만 생수 한 병 가격이 1600원이나 하는 것이었다. 에버랜드는 무슨 환상의 공원이 아니랄까바 물값도 환상으로 비싸게 받고 있는 것이었다. 왜 에버랜드를 비롯해서 놀이동산은 생수 한 병을 이렇게 비싸게 받을까.

 

◆생수 한 병이 비싼 경제적 이유

 

우선, 놀이동산에서 생수 한 병의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마진때문이다. 에버랜드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릿세를 비싸게 냈을 것이다. 편의점에서 생수의 마진은 50%가 넘는다고 하는데 대형마트에서 350원하는 생수를 편의점에서 700원, 그리고 비슷한 생수가 에버랜드에서는 2배 이상 더 부풀려진 것이다. 정확히 얼마의 마진을 가져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놀이동산은 그 가격만 봐도 편의점보다도 훨씬 많이 가져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는, 주인장 마음대로 생수 가격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생수 가격이 정해 있지만, 의외로 날씨가 더워 생수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많아져 생수가 부족하게 될 즈음 가격을 높여 받는 것이다.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에버랜드 주인장 같이 시장 우위의 위치에 있는 공급자는 생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것을 비싸게 받을 용이가 있다. 비싸게 팔아도 팔릴 것임을 그는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요자의 입장에서 정말로 목이 마르다면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주인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 기업의 현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게다가 생수병 바깥에 가격표도 붙어 있지 않으니 주인장의 이런 심보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 외, 생수 가격이니 물 고유의 가격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물 가격이 생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비하다. 의외로 생수를 담고 있는 병과 뚜껑이 오히려 그 안에 든 물 값보다 비쌀 수 있다. 단순히 산에서 뜨는 물과 비교해서 석유를 정제해서 플라스틱을 만들고 투명화 작업을 거친 후 일정한 모양에 맞춰 제조하는 병과 뚜껑은 그 제조 과정만 살펴보더라도 당연히 단위당 가격이 물 자체보다도 훨씬 크다. , 물이 팔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창고비가 들 수 있고, 캐리비안베이에서 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이상 생수를 멀리서 실어 오기 때문에 물류비 또한 비용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생수의 비용은 모든 생수에 공통으로 해당된다.

 

그럼 놀이동산의 생수가 비싼 황당한 이유

 

에버랜드는 대형마트 생수 가격의 4배 이상을 받았다. 분명 일반 경제학적 이유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도 포함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경제적인 이유로는 생수가 왜 이렇게 비싼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그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황당하기까지 할 수 있다.

 

우선, 놀이동산은 대형마트, 편의점과는 그 장소의 특성이 다르다. 사람들이 자진해서 에버랜드에 들어왔고, 누구도 에버랜드에 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 에버랜드에 온 사람들은 자기 발로 들어오는 자발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한번 들어와서는 나갔다 들어올 수 없다. 만약 다시 들어올 수 있더라도 최소한 아무도 생수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지는 않는다.

 

, 놀이동산에서 생수를 파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생수를 파는 것과 같이 희소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막에서 생수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사막에서는 누구나 목이 마르기에 비싼 보석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에버랜드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생수는 에버랜드 안에서만 사 마실 수 있다. 목이 마르다면, 사막에서 물을 보석의 가치처럼 여기는 것처럼 최소한 밖에서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즉, 에버랜드는 소비자들의 이런 자발적 요소와 생수의 희소성이 적절히 결합하도록 환상의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안으로 우리를 유인한 다음 생수를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같다. 잔인하지만 이건 마치 덫 위에 맛있는 작은 고기 한 점을 올려 놓고 반달곰을 유인하는 못된 사냥꾼의 모습과 같고, 우리는 이런 사냥꾼에 알면서도 당하는 꼴이다. 그 작은 고기 한 점이 너무나 먹고 싶은 것처럼 놀이동산도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그 안에 들어와서 환상의 공원을 즐기길 원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생수가 비싸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놀이동산에 속박된 상태다. 이렇게 속박된 상태에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다. 아무도 힘들여 탈출해서 생수를 사들고 오려고 하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어쩔 수 없이 비싼 돈 주고 생수를 사 마셔야 하는 것이다. 생수말고 다른 것을 마시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음료수를 마시면 나중에 더욱 목이 마르게 되니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쩔 수 없이 생수를 마실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생수에 대한 속박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결국, 황당할 수 있지만, 에버랜드를 비롯해 모든 놀이동산에서 생수 한 병이 비싼 이유는 이 속박의 비용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이들은 우리들을 속박하기 위해 에버랜드를 꽃으로 꾸몄고, 인건비를 들여 거대한 마스코트 인형 옷을 사람에 입혔으며, 밤에도 밝게 비출 전기세도 지불하고 있다. 이런 놀이동산의 속박의 비용. 알면서도 당해주는 우리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얇아지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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