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국 일상

놀랬던 런던의 직장 문화 2

에그2 2009. 3. 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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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런던의 조그만 금융 회사에서 일했을 때의 일입니다. 정식 직원은 아닌, 대학교 다니면서 남들 다하는 인턴쉽을 할 때였는데, 지금 한국와서 생각해보니 놀랄 만한 런던의 직장 문화가 꽤 여러가지가 있더군요. 오늘은 첫 글이었던 놀랬던 런던의 직장 문화에 이어 그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회사는 보통 9까지 출근했는데, 저는 의욕이 앞서서 조금 일찍 출근했습니다. 첫 주에는 긴장도 많이 돼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그 과정과 처리 방식을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하고 노트에 적는 일이 반복되었죠.

아무도 없는 5층 사무실에 앉아 불을 켜고, 조용히 오늘 할 일을 생각한 후 시간이 남을 때면, 회사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회사 시설은 어떤지, 어디에 어떤 부서가 있는지 등을 둘러 보았습니다. 첫 날 매니저가 설명은 해 줬는데, 그저 형식적으로만 듣고 지나쳤던 것을 홀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주더군요.

하루는 지하에 내려가봤습니다. 보통 식당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구석에 헬스장이 있더군요. 운동을 좋아하기에 발걸음이 자동적으로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겉으로는 작아 보이나, 가까이서 보니 안은 제법 컸죠. 더 놀랐던 것은 아침 8였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런던은 칼퇴근에 더불어 칼출근이구나라는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이 때 알았습니다. 아침 마다 정각 9에 출근한 이들 대부분은 아침 일찍 회사에 나와 유산소 운동을 하고, 말끔하게 샤워를 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어쩐지 어떻게 하루같이 정각 9 사무실에 들어오나 라는 의심에 짐작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런던의 문화는 한국의 그것과는 다소 달랐기에 제가 전혀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죠.

회사 일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기도록 도와주는 회사와 또 그 시설을 이용하며 자칫 스트레스로 상할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직장 생활보다 좀 더 인간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좀 더 많은 이익을 주고, 좀 더 많은 자신의 수익을 얻기 위해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닌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는 인간적인 모습인 조직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죠.

가끔은 이런 모습이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일부 집이 먼 직원은 회사 시설을 이용하는 대신 아침에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보통 뛰어서 30, 40분 걸려서 올 수 있는 거리라면, 뛰어서 회사에 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하네요. 또, 아침에 바빠서, 운동을 못했다면, 하루 정도는 쉴 만도 한데 아침에 못한 것 점심 시간에는 꼭 채운다고 합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영국은 회사 안에 헬스장의 사내 배치 유무가 직원들의 사기에 큰 몫을 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