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랬던 런던의 직장 문화
며칠 전에 '호주와 비교되는 한국의 직장 생활'이란 포스트를 봤습니다. 출/퇴근 시간, 연봉, 상하관계 등 역시나 한국과 호주의 직장 생활은 다르더군요. 많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느낀 영국의 직장 생활도 호주와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칼퇴근에 연봉은 당연히 한국보다 높고, 상하관계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제대로 오래는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영국의 한 금융기관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은 회사였고 직책도 중요하지 않은 일개 사원으로 경험을 할 좋은 기회였는데, 처음 들어갈 때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조금은 느슨한 조직체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의 일은 책임지고 끝내는 그런 분위기 입니다. 학교에서 흔히 보는 엄친아 스타일. 자기 놀 것 다 놀면서, 공부는 잘하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조금 일찍 출근도 해보고, 모르는 것은 물어가면서 실수 안 하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시간은 눈깜짝할 사이에 흐르더니, 어느새 첫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이 다가왔습니다. 출근해 보니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느슨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랄 만한 일은 그 금요일 점심 시간에 터졌죠.
보통, 인턴 사원끼리 점심을 먹었는데, 이 날 따라 우리 상관으로 볼 수 있는 매니저가 밥을 사준다며,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입니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뜯고, 회사에 들어와 일을 하려고 하니, 또 그 매니저가 따라오라며, 어디를 또 갑니다. 안 따라갈 수도 없고, 일행 3명이 마지 못해 따라갔죠. 그러더니, 모퉁이에 있는 펍에 들어가 맥주 4잔을 떡하니 시키는 것입니다. 그 펍 안에는 다른 직원들의 모습들도 볼 수 있었는데, 금요일 점심 시간에 술을 마시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나와 함께 끌려간 일행들은 이런 일이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눈치였지만, 한국 직장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 저에겐 이것은 놀라움의 극치였죠.
맥주 2잔 마시고 회사에 들어가니, 좀 알딸딸한 기분때문인지 일에 집중도 안되고, 이것이 영국의 직장 문화구나 하는 잡생각에 일은 커녕 얼릉 퇴근해서 술한잔 더 해야 겠다는 생각만 든 날이었습니다. 또, 영국은 금요일부터 휴일이라는 말이 직장 문화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날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