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악의 택시 기사 꼴불견 톱 5
어제는 친구와 저녁을 먹은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버스를 타고 와도 될 만한 거리였지만, 버스가 기다려도 오질 않는 것이었다. 어쩌면,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도 저녁을 먹으러 갔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택시를 잡아 탄 것이다. 그렇게 택시를 잡아 뒷좌석에 탔는데, 특유의 방향제 냄새가 났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무슨 꽃 향기인 것도 같았다. 한동안 이 꽃 향기에 코가 적응되어 택시를 타고 오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시큼한 식초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내 인생의 최악의 택시 기사 꼴불견 톱 5, 이제부터 시작한다.
1. 운전하는데 신발은 왜 벗나요?
이것이 바로 서두에서 말한 식초 냄새의 원인이다. 어제 처음에 택시를 타고 꽃 향기까지는 좋았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금 지난 후 시큼한 이 식초 냄새는 절대 참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셔서 그런지 그 냄새도 아주 숙성된 것이었다. 나는 차마 신발 좀 다시 신으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평소 같으면 따져도 될 듯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고, 머리가 새하얀 어르신이었으며, 괜히 택시 기사의 성질(?)을 잘못 건드려 교통 사고가 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나는 그저 조용히 쓴 웃음을 지으며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바람도 차 안으로 들어왔고, 나도 그 식초 냄새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차라리, 택시에서 신발 벗고 운전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이 어떨까.
2. 안전 벨트는 왜 안 매나요?
종종 택시기사 중 안전벨트를 안 매는 경우가 많다. 아니, 나는 이제껏 택시기사들이 안전벨트를 한 운전기사들을 본 적이 없다. 옆에 앉았다면, 택시기사 아저씨가 안전벨트를 맸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뒤에 앉았더라도 어깨 너머로 속도계 있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속도계 옆에 빨간색으로 깜빡깜빡하고 불이 들어 온다면 그 사람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택시기사 아저씨가 안전벨트를 안 매는 것이 왜 꼴불견인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보다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안전벨트를 안 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이유뿐이다. 하나는 자신이 운전을 잘 하기 때문에 사고가 절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두번째는 그저 귀찮아서이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들은 대개 첫번째 이유가 많다. 즉, 그들은 다른 운전자들보다 운전을 많이 해봤기에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종종 겉잡을 수 없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은 초보운전처럼 조심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운전 실력을 과신하여 조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택시 운전기사들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운전 실력을 항상 과신한다는 뜻이며, 결국 사고의 위험이 보다 높은 차량에 택시 손님이 앉아 있는 셈이다. 택시기사들도 이제부터 안전벨트를 매면서 안전운전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다시 하는 것이 어떨까.
3. 제발 과속하지 마시고, 신호 위반 좀 하지마세요.
요즘도 총알 택시가 있다. 왜 빨리 달리는지는 택시 기사만 안다. 빨리 손님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밥을 먹어야 한다든지 혹은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든지 그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다고 해도, 우리들은 손님이고, 또 교통 사고가 나면 택시기사는 물론 나도 손해다. 병원에 누워 있게 된다면, 나 또한 내 시간을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이렇게 빨리 달리는 것도 위에서 말했듯이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는 과신에서 비롯된다. 역시 위에서 말했듯이, 사고의 위험은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안전벨트를 맨 나보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병원 신세를 더 오래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바로 어제 택시기사는 신호위반을 그렇게 했다. 사실, 우리 집 아파트 앞 사거리는 차량이 별로 없어 신호를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는 별로 없다. 낮 동안은 일반적인 사거리 신호가 작동하지만, 밤 늦게만 되면 깜빡이는 노란불로 바뀌는 그런 지역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택시를 타고 집에 왔을 때는 여전히 삼색 신호등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는 빨간 신호가 켜져 있는데, 그냥 지나갔다. 보행자 신호와 함께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려고 했는데도 그냥 지나친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횡단 보도를 지나가고 있는 아주머니는 스쳐 지나가는 우리들을 황당하게 바라봤다. 나도 어이가 없는데, 이 아주머니는 더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4. 왜 늦은 밤만 되면, 택시기사들은 콧대가 높아질까.
야간 택시를 말하는 것이다. 낮에는 그렇게 잘 잡히던 택시가 밤만 되면 잡히지 않는다. 특히, 서울 번화가는 더욱 그렇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낮과 밤이 다른 사람인 것이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이 끊긴 밤 늦게 친구와 함께 서울 사당역 근처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전혀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그냥 우리를 지나치고 가는 것이었다. 최소한 우리들에게 목적지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택시는 별로 없었고, 목적지를 물어본 택시기사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쩌면, 우리가 가는 목적지가 그들 입장에서 별로 내키지 않은 그런 곳이었나 보다 생각하고, 친구는 잠자고 있던 누나를 깨워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부탁했다. 이 날 친구는 누나로부터 집에 가는 내내 잔소리를 엄청 들었음은 물론이다.
5. 어렵게 잡은 밤 늦은 택시, 왜 빙빙 돌아가나요?
밤 늦게 술을 먹고 택시를 타면 꼭 세 번 정신을 차리는 것이 좋다. 첫째, 목적지를 말할 때, 둘째, 목적지에 다 와서 계산할 때 그리고 셋째,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가는 도중 한번은 잠에서 꼭 깨어나야 한다. 처음에 목적지를 말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술에 너무 취하면 횡설수설하기 바쁜데, 술김에 자기 전에 무슨 동에 살고,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 제대로 말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정신이 멀쩡하다면, 여기서 집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얼마가 나오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 택시 기사들은 이런 말을 하면 횡설수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때만큼은 정신을 차려 횡설수설 하는 것이 아님을 간결하고 정확한 말로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계산할 때는 돈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정신차려야 한다. 택시비가 오천원인데 오만원으로 냈다고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술 마시고 택시를 탔는데, 우리 나라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영국 돈으로 택시비를 낸 유학생 친구 이야기도 들었다. 방학이라 잠시 귀국한 이 친구는 술을 너무나 많이 마신 나머지 집까지 택시비가 5만원이 나와 만원짜리 5장을 내야 하는데, 20파운드 5장을 낸 것이었다. 그때 당시 20파운드는 우리 나라 돈으로 약 4만원 정도의 가치이며, 이 친구는 결국 우리 나라 돈으로 20만원의 택시비를 지불한 셈이다. 어쩌면, 이 친구는 어리둥절해 하는 택시기사에게 술김에 팁이라고 하면서 20만원을 모두 줬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큰 실수가 아니라면, 계산할 때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신 제대로 차려 거스름돈까지 확인을 꼭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꼭 한번은 깨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택시기사 중에 네비게이션을 켜 놓고도 주변을 빙빙 도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목적지를 말할 때 제대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잠들어 버렸다면 택시기사들은 종종 이런 일을 벌인다. 물론, 도중에 항의를 하면 실수인척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인정은 한다. 손님과 큰 싸움이 나기 전에 항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교활한 택시기사는 이 와중에도 또 하나의 꼼수를 발휘한다. 도착하면 자신의 실수로 택시비가 많이 나왔으니, 어느 정도 할인해서 돈을 덜 받겠다는 선심을 발휘하는 척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선심이 아니다. 제대로 왔으면 만원 정도 더 저렴할 것을 2천원 정도의 할인을 받을 뿐이다. 일부러 가격을 높게 부르고 거기에다 할인 가격을 적용하기에 엄밀히 따지면 할인 가격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비싼 택시비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말했듯이, 택시를 타기 전에 집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얼마의 돈이 나오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정확히 언급하라는 것이다.
물론, 위의 택시 기사 꼴불견들은 우리 나라의 극히 일부 택시기사들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전국에 있는 모든 택시를 다 타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가지 바람은 최소한 위에 열거한 택시 기사들 때문에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모두 욕을 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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