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순위가 무의미한 경제학적 이유
그런데,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청중평가단이 가수들의 순위를 선정하는 것이 조금 못마땅하다. 내가 괜히 거기 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거기 위치도 멀어서 가기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청중평가단이 투표를 해서 가수들의 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는 뜻이다. 청중평가단의 의견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고, 또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10대부터 50대까지의 청중이 거의 한 가수의 팬이 우연적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순위 선정은 그야말로 무의미할 뿐이다. 물론, 그럴 확률은 얼마 없다. 하지만, 8백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진 로또 1등도 매주 나오는걸 보면 이것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청중평가단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
그런 아주 낮은 확률의 상황은 제쳐두고라도, 내가 나가수 순위 선정이 무의미하다고 한 이유는 바로 청중평가단의 기준이 없는 평가 방식에 있다. 우선, 청중들은 가수들의 노래, 퍼포먼스, 편곡, 무대의상 혹은 이 모든 것이 잘 어울러져 있는지 아니면 노래를 통해 감동을 줬는지 등을 보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어떤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단순히 자기 눈에 감동의 눈물을 선사한 가수들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만약 청중 중에 디자이너나 혹은 패션 쪽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노래보다도 반짝반짝 의상에 더 관심이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다 관심이 다르고 평가 방식의 기준이 다른데, 이런 사람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만약 청중평가단들이 음악에 아주 전문가적 기질이 있어서 가수들의 노래만 듣고 평가를 한다고 해보자.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부를 때 고음 처리를 잘 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음정이 안정된 사람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목소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바이브레이션, 편곡 스타일, 편곡
완성도, 반전형 음악 구조 등 사람마다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노래만 보고 평가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보는 청중의 생각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중평가단은 이렇게 나가수 투표를 하기 전에 자기 본위의 선택을 통해 투표를 하게 된다. 하지만, 투표의 정확한 기준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것이 무의미한 이유는 바로 1위로 선정된 가수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 했는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어떤 날은 고음을 잘 내질러서 1위를 한 가수들이 있는 반면 어떤 날은 고음은 없었지만 감동을 줘서 1등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청중평가단이 평가를 하는 기준이 없다면, 결국 나가수에 나온 가수들도 아무 기준이 없어진다. 즉,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나가수 순위가 무의미한 경제학적 이유
경제학에는 전통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때에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가령, 마트에 가서 야채를 살 때도 신선도, 생산지, 가격 등을 두고 비교해가면서 사고, 자동차를 살 때도 연비, 애프터 서비스, 디자인, 안정성 등을 두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게 된다. 사기 전에 가장 합리적인 결과와 이득을 얻기 위해 그 선택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가수에서의 청중평가단도 마찬가지로 그 선택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미 청중평가단은 그들이 가수를 선택하는 기준이 없을뿐더러 기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가지각색이어서 의미가 없다. 마치 세단과 트럭을 두고 한 명은 세단이 안정감이 있어서 트럭보다 좋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트럭이 세단보다 실용적이어서 좋다고 하는 것과 같다. 즉,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각자 그 기준이 다르다면 그 아무리 투표라는 민주적인 방법을 이용한다고 해도 세단과 트럭을 두고 서로 좋다고 하는 것처럼 그것은 합리적인 결과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투표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령,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당연히 국민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북한 같은 경우를 보면, 투표 제도가 있는데 자신이 누구한테 투표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독재자에게 투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민주적인
시스템이라면서 이 투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하고, 또 그런 결정으로 독재정권이 유지된다. 북한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나가수 투표도 비합리적인 것을 투표로서 합리적으로 변모시키는 그런 작용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그런 투표를 통해 선정된 나가수 순위도 무의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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