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들은 황당한 보이스피싱 사건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경찰서를 갔다. 개인적인 용무로 찾았는데, 갈 때마다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모두가 같은 사람인데, 어떤 부류의 사람은 죄를 지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또 다른 부류의 사람은 그 죄를 추궁하는
그런 곳. 만약 태초에 법이 없던 아주 오래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런
곳이 과연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이 경찰서에 올 때마다 든다.
잠시 감상적인 글은 뒤로 하고, 오늘은 경찰서에서 들은 황당한 아주머니의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선, 보이스피싱은 다들 알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전화로 속여 상대방의 돈을 노리는 사기 행위다. 그 종류도 아주 많다. 나도 예전에 어눌한 목소리의 여자가 농협 직원이라고 사칭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농협을 이용하지 않아 아주 쉽게 이 여자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어르신들이 있다면 충분히 속을 법도 하다. 이렇게 속는 사람들이 있으니 보이스피싱 전화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TV 뉴스에도 자주 언급되고, 인터넷에도 조심하라는 기사가 많으며, 심지어, 은행에 있는 ATM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보이스피싱인지 확인하라는 말도 나오기에 국민들도 이제 예전만큼 속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고, 그 상황이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기꾼이 말하는 상황과 우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침 아들이 군대에 간지 얼마 안되었는데, 군대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올 수 있고, 우체국으로부터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우체국택배라고 하면서 반송 확인을 한다면서 보이스피싱 전화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화를 받는 당사자들은 당연히 그 전화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건 사기꾼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상황은 거의 몇 백명 중 한 명꼴이기에 이런 사람과 통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들은 얼마 없는 기회를 놓칠까봐 더욱 치밀하게 사기 행각을 벌인다. 내가 말하려는 이 아주머니의 사건처럼 말이다.
경찰서에 들은 아주머니의 황당한 보이스피싱 이야기
저쪽 옆자리에 있던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앞에 앉은 경찰에게 하소연을 했다. 옆에서 들어보니,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워낙 크셨다) 검찰로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모두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한 개의 통장이 아닌 무려 5개의 통장의 정보를 알려줬던 것이다.
왜 이 아주머니는 5개나 되는 은행 계좌 정보를 모두 알려줬을까?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먼저, 검찰로 사칭한 사기꾼이 이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계좌가 있으니 은행 계좌를 확인한다면서 정보를 요구했다. 당연히, 이 아주머니는 걱정이 되었고, 깊은 의심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은행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이 아주머니는 너무나도 걱정되었던 나머지, 다른 통장 정보도 모두 알려줬다. 즉, 한 개의 통장만 확인하면 꺼림직해 자신의 다른 통장 정보까지 모두 알려주면서 다른 4개의 통장도 안전한지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영악한 사기꾼은 이 아주머니가 걸려든 것을 알고 한번 더 머리를 썼다. 옆의 다른 사기꾼을 바꿔 주면서 이 아주머니에게 다른 검사하고도 통화하라고 속이고 대화를 나누게 한 것이었다. 이 아주머니는 이것을 또 영광스럽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신의 문제에 다른 검사와 통화도 한다는 것 자체로 고마웠던 것이다. 결국 이 아주머니는 처음 통화한 사람 말고 두 명과 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즉, 이 아주머니는 스스로 검찰이라고 사칭하는 사기꾼 3명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은행 계좌 5개의 정보를 모두 알려준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어떤 경로든지 해서 집 전화번호를 알았고, 이 아주머니의 주민번호까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행 계좌에 든 돈을 노리고 이와 같은 사기 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얼마를 잃었는지는 내 용무가 마침 끝나 그 뒤로는 듣지 못했지만, 아주머니가 안타까워하며 간절했던 모습을 보면 아주 큰 금액의 돈을 잃었을 것이라고 짐작될 뿐이다. 5개의 은행 계좌였으니, 오히려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기대가 아닐까.
이날은 처음으로 뉴스에서만 보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목격한 날이다. 직접 보니, 너무나 생생했고, 정말 안타까웠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 모두 이런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만 지키면 된다. 먼저,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는 무조건 알려주지도 말고, 특히 어떠한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간단히 끊어 버리자. 그리고, 은행 관련 정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알려주지 말자. 또, 만약 전화상으로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믿지 말고 의심부터 하자. 이 정도만 지켜도 보이스피싱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들게 일해서 번 자신의 재산을 이런 사기꾼들에게 잃는다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사기꾼의 이런 전화 한통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경찰서 문을 나서면서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먼 과거에는 돈을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일 자체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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