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시선

경제학으로 보는 명품 가방 유행의 불편한 진실

에그2 2012. 1. 3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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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패딩과 몽클레어 패딩의 회오리가 한차례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다음에는 뭐가 지나갈지 궁금하다. 하지만, 조용히 지속되는 유행도 있다. 바로, 명품 가방이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명품 가방을 싸게 살까 이곳저곳 돌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저 멀리 홍콩까지 건너가서 명품 가방 하나 사겠다고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은 굶더라도 꼭 명품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다. ,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명품 가방은 노스페이스나 몽클레어처럼 일회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유행이 되는 것이다.

 

명품 가방에 대한 소비 심리와 비합리성 

명품을 가지고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과시적인 것이다. 만약 명품으로 자기를 과시할 수 없다면, 누가 명품 가방을 멜까. 아무도 메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생각해서, 브랜드도 아니고 전혀 예쁘지도 않은 가방이 있는데, 어떤 유명 연예인이 메고 나타난다면 그것이 또 바로 명품 가방으로 둔갑할 수 있다. , 유명 연예인의 명성을 빌려 하찮던 가방이 '명품 가방'으로 거듭나고, 사람들은 누구누구 가방이라고 하면서 너도나도 명품 가방처럼 메고 다니는 것이다. 

따라서, 과시를 위한 명품 가방의 소비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혀 필요하지 않으면서 가방을 사는 것은 누가 봐도 낭비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비합리적인 소비 행태가 만연해 있고, 이것은 명품 가방의 지속적인 유행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명품 가방이 유행이 되면서 명품 가방을 메지 않는 사람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다. 평소에 명품 가방에 관심 조차 없던 여성들도 명품 가방을 메지 않으면 왠지 사회적으로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마치 고등학생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결국, 노스페이스 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것이 어른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명품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여성들도 사람들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명품 가방에 대한 소비 심리와 착각 

명품 가방은 비싸다. 그래서 흔히들 사치품이라고 부른다. , 명품 가방을 하나 사려면 큰 돈이 드는 바, 젊은 여성들일 경우 명품 가방 하나 장만하는데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유롭지 않으니, 종종 카드빚을 지기도 한다. 어쩌면, 남자친구한테 사달라고 조르는 수도 있겠다. 물론, 여대생인 경우 아르바이트를 몇 달간 열심히 해서 돈을 모을 수도 있겠고, 직장인일 경우 그저 12개월 신용카드 할부로 구매할 수도 있겠다. 사기전에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또 이렇게 합리화할 것이다. 명품 가방 사는 것도 재태크라는 생각. 하지만, 재태크는 커녕 들고 다니다 구멍이라도 나면 수선비가 더 든다. 

그렇게 결국 15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하나 구매했다고 하자. 이제 자기 수중에는 교통 카드 하나 있으면서 돈이 많은 것처럼 허세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구두가 헤져도 가방만은 꼭 명품 가방을 메는 사람이란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도 계속 자기 혼자 허세를 부리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착각을 한다. 물론, 착각은 자유다. 하지만, 허세를 유지시키기 위한 도구인 명품 가방을 너무 소중히 한 나머지 비가 올 때 젖을까 두려워 가슴에 안고 뛰기도 한다. 수선비가 아까운 것이다. 내가 보기에 명품 가방을 쓰고 비를 피하는 것이 나중에 머리카락 빠지는 것보다 더 나아 보이는데, 여성들은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경제학으로 보는 명품 가방 소비의 불편한 진실 

명품 가방 소비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해석하면 아주 재미있다. 먼저, 1850년경 영국의 경제학자 스튜어트 밀(J. S. Mill)이 이런 말을 했다. ‘만족한 돼지가 되는 것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 쉽게 해석하자면, 아무리 돼지가 배가 부르다고 하더라도 배고픈 인간보다 더 낫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돼지는 배가 불러도 계속 밥을 먹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만족한다 하더라도 그 만족을 평생 채울 수 없지만,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스튜어트 밀의 논리대로라면, 명품 가방 유행을 따르고 그것에 만족하지 못해 계속 구매하는 일부 여성들의 소비 행태는 배가 부른 돼지와 같다는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배가 불러도 계속 밥을 찾는 돼지처럼, 아무리 많은 명품 가방이 있어도 계속 신상 명품 가방을 사는 여성이 지금 우리 사회에 많고, 그래서 명품 가방 유행이 지속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에는 또 효용이론이란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품 가방도 소비의 일부분이고,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기 만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비를 통해 자기 만족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경제학적으로 그 사람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며 소비라는 것이다. ,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 해도 그 명품 소비로 자기 만족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만족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며, 결국 그런 각자의 개인의 만족이 모여 곧 모든 사회의 만족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트 밀의 한 세대 뒤에 태어난 베블런(T. B. Veblen)은 이런 효용이론은 명품 가방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과시적 소비 이론이란 것을 주장하면서, 그 효용에 관계없이 싼 가격보다 비싼 가격의 물건을 더 선호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단지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 베블런에 따르면, 명품 가방 소비는 효용이론에서 말하는 개인의 만족이 모여 곧 모든 사회의 만족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재정적 파탄, 정신적 피폐 등 사회,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베블런과 거의 동시대 사람이면서 케인즈학파의 수장 케인즈(J. M. Keynes)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절대소득가설을 주장하면서 자기 소득 범위 내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그리고, 소비를 증가시키려면 우선 소득이 증가되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여성들은 소득이 늘지도 않았는데, 우선 명품 가방 먼저 사는 경향이 있다. 만약 케인즈가 다시 살아온다면, 이렇게 빚으로 명품 가방을 사는 여성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케인즈보다 한 세대 뒤의 듀젠베리 (J. S. Duesenberry)는 상대소득가설을 주장하면서 어쩌면 명품 가방에 열광하는 여성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그에 따르면, 소비는 소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소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절대소득가설과는 다르게 여성들의 소득이 늘지 않아도 명품 같은 것을 소비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 단순히 다른 여성들이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명품 가방을 따라 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나라는 베블런과 듀젠베리가 말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시적 명품 소비에 현혹되고, 남들이 소비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 명품 가방을 사는 그런 사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명품 가방에 죽고 못 사는 여성들은 어쩌면 스튜어트 밀이 말한 배가 부르지만 동시에 항상 배가 고픈 돼지와 같으며, 케인즈는 소득 이상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이런 여성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케인즈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스튜어트 밀의 명언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만족한 돼지가 되는 것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

명품 가방에 현혹되고 허세와 과시욕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영원히 만족 못하는 돼지보다 명품 가방은 쳐다도 보지 않거나 아니면 명품 가방 구매를 절제할 줄 아는 그런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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