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의 정체를 아십니까?
강남역 주변의 큰 길거리를 걷다보면 꼭 두명이서 짝을 지어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 두사람은 남녀가 짝일 수도 있고, 여자 두명이 짝인 경우도 있다. 나는 이들을 자주 마주쳤다. 강남역 근방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나는 이제 이들을 멀리서만 봐도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만큼의 경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내가 이들은 알아보고 못 알아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점은 나는 이들을 길거리의 하이에나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내가 왜 이들을 이렇게 부르는지 그리고,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쓰고자 한다. 그럼 시작한다.
우선, 이들의 접근 수법부터 알자
이들은 길거리를 지나다가 마주치는 사람에게 접근을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 제목에도 썼다시피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거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면역이 생겨 수완이 나빠졌다고 알아챈 이들은 은근슬쩍 길을 물어보는 수법을 쓴다. 가령, 혹시 여기서 ‘강남역은 어디로 가야되요?‘ 혹은 ’여기 가까운 편의점은 어디에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이 하이에나들은 화제를 돌려 이렇게 말한다. ‘잠깐 시간 있어요?’ 또는 ‘인상이 되게 좋아 보여요’라고. 이렇게 물어볼 때 긍정적으로 말하거나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이들은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된다.
하이에나의 사냥 장면을 목격하다.
나는 어제 얼떨결에 하이에나의 사냥 장면을 목격했고, 그 장면은 흔적도 없이 아주 깨끗했다. 먹잇감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하이에나에 순종한 것이다. 이들은 한동안 길거리에서 이야기하더니 카페로 들어갔다. 우연치 않게 나도 해당 카페에서 약속이 있었고, 나는 본의 아니게 이들을 뒤따라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혀 의도치 않게 따라간 것이다.
나는 카페에 올라가 커피를 주문하고 이들과 멀찌감치 않아 이들을 지켜봤다. 이들은 커피도 주문하지 않고 이야기부터 했다. 이야기는 주로 하이에나들이 했고, 먹잇감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하이에나에게 꽉 잡힌 모습이다. 두명으로 팀을 이룬 이유가 여기서 드러났다. 한 사람이 말하다 지치면 다른 한명이 이야기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번갈아 대화를 나눴다. 먹잇감은 그저 이들의 말에 빠져 허우적거림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가운데 여자와 오른쪽 남자가 하이에나들이다. 먹잇감은 왼쪽에 앉아 있다.
내가 이들을 하이에나라고 부르는 이유
내가 이들을 하이에나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들은 인간의 약한 본성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에게 ‘도를 아십니까’ 혹은 ‘인상이 좋아 보여요’라고 물어보면, 난 단번에 썩소를 날리며 이들을 지나쳐 간다. 나는 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없으며, 이들이 하는 말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에 대해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인상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말 혹은 그 생각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은 남의 말에 잘 휘둘린다. 귀가 얇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에나들은 일부 사람들의 이같은 습성을 악용한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약한 본성 그리고 이것을 해쳐나갈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뜯어내는 목적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들을 길거리의 하이에나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부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내가 지인들에 물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이에나들은 먹잇감에게 백만원 혹은 몇 천만원 세팅비를 받고 제사상을 차려준다고 한다. 그러면 인생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마치 몇 천만원씩 받고 점을 봐주는 점쟁이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길거리의 점쟁이라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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