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로 배치된 긴장된 첫 날>
나도 처음 자대 배치받을 때, 노란 봉투 겉표지에 FAIL이란 단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사격을 FAIL했던 것. KTA에서 사격 시험을 봤는데,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제길ㅡㅡ;
그래서 그런지 KTA에서 출발할 때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내 등뒤를 타고 흘렀는데, 철조망으로 둘러싼 내가 일할 미군 부대로 들어갈 때는 그것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험난할 이병 생활을 어떻게 견딜까.
사격도 FAIL했는데...
그러다 버스가 한 건물 앞에 섰고, 군용 가방을 두 개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냥 버스에 남아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네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아저씨가 날 받아들이지 않을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ㅡㅡ;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내 부대의 선임 두 명이 나를 반겼다. 그들은 반겼지만, 나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일방통행식의 반가움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이 버스에 탔던 동기들도 각자들의 선임에 의해 인도되었다.
그 상황은 마치 동물원에 새로 들어온 동물을 그 동물원에서 일하는 조련사들이 각자 끌고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우리들은 쫄래쫄래 그 조련사들을 따라 배럭으로 향했다ㅡㅡ;
내 선임들 뒤를 쫓아가다가 그 중 한 명이 노란 봉투를 다른 선임에게 보여주며 낄낄거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나는 일부러 눈을 깔았다. 이럴 땐, 눈을 까는게 최선책이라는 것을 오기 전에 배웠던 나였다ㅡㅡ;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는 그 순간 뭐라 변명할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가장 흔한 레퍼토리인 아팠다고 할까’
‘그냥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할까’ 등등…
하지만,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생각만 할수록 점점 두려워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결론을 내렸다. 그냥 모르겠다고 하는게 가장 좋은 답변 같았다. 아니면, 그냥 묵비권을 행사할까도 생각했다. 아무말 안한다고 설마 때리기야 하겠어?ㅡㅡ;
솔직히 아직까지 이병이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고, 생각이 생각의 끝을 물고 계속 이어졌다. 물론, 별로 생산적인 생각은 아니었다ㅡㅡ;
하지만, 그게 뭐가 되었든 나는 이제 험난한 군생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마중나온 선임중 한명의 방으로 배정을 받게 되는데...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입니다. 카투사 생활을 한 필자가 겪고 들은 일을 재구성해서 꾸몄음을 미리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에핑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