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후 로또를 사기 시작했으니, 나는 지금 로또를 산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로또에 대해 공부랄 것도 없지만, 그 확률이라든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도 했다. 친한 친구는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이리저리 통계학을 이용해서 미래 당첨 가능 숫자를 내놓으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우선, 나는 로또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과거 당첨 번호 횟수를 분석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당첨 번호로 나오지 않은 번호를 선택하는 것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저 복권 당첨 확률을 마음에 새기며 복권을 사고 있다.
당첨 확률을 마음에 새기며 복권을 산다는 말이 약간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복권 1개 살 때, 1등 당첨 확률 8145060분의 1, 오천원을 주고 살 때에는 8145060를 5로 나눠 1629012분의 1이란 확률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 개를 사든지 5개를 사든지 그 확률은 너무나 낮다. 사실, 지금껏 당첨이 안되도 그렇게 실망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이렇게 확률이 낮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 복권 당첨은 운이 좋아야 한다?
얼마전에 꿈을 한번 꿨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나왔다. 사람에 따라 악몽이 될 수도 있는데, 아침에 꿈에서 깨어나니 기분이 좋았다. 흔히 말하는 길몽인 것이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 꿈도 꾼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복권이란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지만, 이번에는 바로 그 날 복권을 사러 갔다. 확률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이런 행운이 깃든 꿈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기대 가득했지만, 역시 복권에 당첨이 되지 않았다. 꿈만 좋았을 뿐이지 실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대통령 꿈을 믿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그 때 너무나 실망을 한 나머지 돼지 사진을 천장에다 붙여 놓을까 생각까지 했다. 아직 내 인생에 돼지꿈을 한번도 꿔본 적이 없어서였다. 물론, 충격은 그 날로 잊혀졌고, 내 방의 천장은 여전히 깨끗하다.
하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로또에 당첨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내 꿈이 아무리 좋더라도 로또 당첨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안그래도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맨(Richard Wiseman)은 2000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운이 나쁘다는 사람을 분리해서 로또를 사겠금 하는 실험을 했다. 정말 운이 좋으면 당첨이 잘 되는지 실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복권을 살 때 그들 나름대로의 행운의 번호나 미신적인 방법으로 번호를 택했고, 운이 나쁘다고 한 사람들은 그냥 무작위로 번호를 골랐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나 운이 나쁘다고 한 사람들의 결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자기 생일, 아이의 나이, 직장 아이디 숫자, 영국 노동 허가 번호(NI넘버), 애완견이 찍어준 숫자 등으로 번호를 택했고, 실제로도 이 번호로 실험전부터 오랫동안 복권을 구매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운이 나쁘다고 한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로또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살펴 봤듯이, 복권 당첨 확률은 너무 낮고, 아무리 운이 좋아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다. 많은 돈을 들여 확률을 낮추려 해도, 아무리 좋은 꿈을 꿔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복권 당첨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권을 살 때에는 당첨이 되어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사야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사야 나처럼 큰 실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즉, 복권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재미로 복권을 사고, 마음 편히 당첨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너무 큰 집착은 우리의 맑은 정신을 혼탁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