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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카투사 정보 이것저것

카투사 운전병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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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투사로 복무했다. 그것도 운전병으로 말이다. 카투사 운전병 하면 잘 안다. 지역은 용산이 아닌 대구였다. 아마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대구에만 적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군산 빼고 우리 나라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에 간 적이 있다. 어쩌면 운전병이기에 가능할 일이겠다. 다른 보직에 있는 카투사라면 다른 지역의 미군부대에 가는 일이 자주 없을 것이다. 


카투사 운전병 종류는?


아마 육군 및 다른 군대와 마찬가지로 운전병의 종류는 크게 나누면 두가지 부류다. 하나는 부대원들을 위한 운전병 또 하나는 부대의 대장(VIP)을 위한 운전병이다. 여기서 세부적으로 나뉘면 아주 여러개가 있다. 카투사는 미군 부대에 있기 때문에 일반 육군보다 운전병의 범위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카투사는 미군 부대의 VIP들을 모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카투사 운전병 개인적인 이야기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다. 미군 부대의 VIP의 운전병이었다가 한국 부대의 VIP의 운전병이 되었다. 스토리는 조금 길다. 간략히 말하면 미군 부대의 한명의 VIP에 대한 운전병이 나포함 3명이 있었다. 2명은 미군이었지만, 미군이 아니라도 이미 충분한 숫자의 운전병이다. 보통 미군부대 각 보직마다 카투사 배정 계획이 있지만, 여기는 카투사가 배정이 안되어도 될 만한 보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미군 부대 VIP를 맡을 때는 거의 할 일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땡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이 있으면 미군이 다 했고, 나는 동행만 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미군 VIP가 갈 때도 동행했다. 한국부대에 갔을 때 통역이 필요기 때문에 내가 따라갔던 것이다.


그러다 같은 부대에 있는 한국 부대의 VIP의 운전병이 제대를 했다. 보통 제대를 하기 전에 인수인계를 잘 하게 된다. 운전병 같은 경우는 운전을 가르쳐주고 주로 가는 곳의 위치를 체크하고 직접 가보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부대 VIP의 후임이 운전을 너무 못하는 것!


그래서 한국 VIP 주임원사가 나를 스카웃했다. 운전병 공석이 된 곳에 배치가 된 것이다. 이게 일병 6호봉 정도의 일이다. 나는 하루 아침에 카투사들이 가득한 곳으로 전입을 갔다. 전입이라고 해봐야 바로 옆 건물 수준이다. 하지만, 원래 복무하던 부대와 옮기는 부대가 달라 배럭을 옮기고 서로간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어색할 겨를이 없었다. 한국 VIP의 운전량은 미군 VIP들의 운전량보다 많았다. 나는 이 때부터 우리 나라 미군부대 곳곳을 다녔다. 용산부터 부산까지. 지금은 부산에 있는 미군부대는 흔적만 남았다고 하는데 거기 가서 무슨 밥도 먹고 그랬다.


맞다! 나는 운전병이다. 나의 임무는 운전을 해서 VIP들을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면 되었다. 그 임무만 끝나면 나는 밥을 먹었다. 물론 밥은 VIP들과 떨어진 곳에서 홀로 먹었지만, 맛은 좋았다. 좋은 음식 많이 먹을 수 있었고, 또 나는 그 때부터 혼밥에 익숙해졌다. 지금도 종종 혼밥을 즐긴다.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데, 장거리 운전을 하면 하루 쉬게 해준다. 한번은 대구에서 새벽에 용산으로 오고 , 저녁에 용산에서 다시 대구로 복귀했는데, 그 다음날 한국 VIP가 나에게 휴식을 줬다. 운전병이라면 이런 휴식이 많다. 다른 부대원들은 일할 때 추가로 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운전을 많이 한 것도 한 것이지만, 나는 이런 휴식이라면 매일 운전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VIP의 종종 개인적인 업무도 보곤 했다. 개인적인 일로 VIP를 모신 것이다. 이럴 때는 VIP들은 내 눈치를 본다. 혹여나 내가 누구에게 말할까 두려워서인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잘 해준다. 어느 날은 한국 VIP 중 한 명이 부동산 투자 하는데 집 보러 간 적도 있다. 나는 여기 왜 왔나 했는데 집을 산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모른채 해줬다. 그저 VIP의 노후 설계를 이렇게 하는구나 이해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VIP의 개인적인 일도 괜찮았다. 어김없이 나에게는 다음날 휴식을 줬기 때문이다. 나는 운전하는게 별로 어렵지 않았기에 공짜로 휴식을 얻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키리졸브 등의 훈련이 있으면 운전병은 VIP 일정이 있을 때 거의 열외가 된다. 열외 받는 것 역시 기분이 좋았다. 운전병만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훈련기간이면 두꺼운 훈련장비를 몸에 두르고 움직여야 한다. 운전병은 그냥 트렁크에 넣고 탔다.


나는 카투사 운전병이 된걸 좋게 생각한다. 나중에 나의 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면서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혹시나 사진 보고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VIP들을 위해서는 험비나 트럭이 아닌 세단을 운전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