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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카투사, 그 많은 자유 시간에 뭐하고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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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우리나라 육군 소속의 미군에서 일하는 부대. 일반 육군과 카투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자유시간의 크기일 것이다. 물론 그외에도 많지만...

카투사들 대부분 9시부터 5시까지의 임무 시간 외에 자유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자유 시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쉬는 사람도 있고,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잠깐 밖에 나가 밥을 먹거나, PC방 가거나 쇼핑하거나...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 중 나와 같이 지내면서 봐왔던 사람들 중 자유시간을 좀 기발하게 혹은 좀 색다르게 보냈던 선후임 및 동기에 대해 써보려 한다.

#1. 악기 배우는 조병장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조병장. 내가 쫄병으로 처음으로 와 부대 사람 얼굴 익히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조병장이 나를 방으로 불렀다. 나를 보면서 하는 말,

"너 기타 좀 치냐?"

난 기타가 그렇게 비싼 것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조병장이 자기 기타 가격 알려줌,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음 ㅡㅡ)

암튼, 못 친다고 하니, 잠시 가졌던 흥미로운 눈초리는 사라지고, 자기가 한 곡 칠테니 보란다. ㅡㅡ;

열심히, 팝송 같은 거 하나 치더니 잘 치냐고 묻길래,

"가수 같습니다!!" 라고, 우렁차게 신병다운 대답(?)을 하고 그 방을 나왔던 기억.

'아, 조병장 취미는 기타치는 것 이구나'라는 생각을 뇌 속에 꾸역꾸역 넣으며...

좀 시간이 지나, 나도 좀 짬이 차고(그래봐야 갓 일병), 조병장은 제대할 적...

한번은 조병장 방을 지나다 보니, 이상한 악기 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이건 나도 어렸을 때 쬐금 배웠던 피아노 소리?

궁금해서, 방문을 똑똑~! 해서 조병장 방으로 들어가 보니, 
 
조그만 전자 피아노가 있었다.

이건 또 어디서 가져왔데 ㅡㅡ;

물어보니, 취미가 바뀌었덴다.

기타에서 피아노로...

좀 더 물어보니, 군대와서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여러 악기를 배워보는 것. ㅡㅡ;

그래서, 결국 군생활 2년 동안 기타와 피아노를 비롯 드럼까지 배웠다고 한다.

어디가서 돈 주고 배운 것이 아닌 혼자 책 보면서...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면 물론 조금 조금 배워 어디에다 써먹을 지도 모르는 그런 실력이겠지만...

조병장은 여러 악기를 설렵해보겠다는 목표는 이룬 것 같다.

지금은 밖에 나가 또 어떤 악기를 치고 있을지...

설마 시간 때기용은 아니었겠지?!

#2. 헬스는 내 친구 김이병

내가 한달 쯤 지나니 후임이 들어왔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운동을 좀 했단다.

근육질의 몸매...ㅡㅡ;

나도 한 때 헬스장에 중독적으로 다닌 적이 있지만, 얘는 더할 것 같은 첫 인상...

역시나 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과시간 끝나면, 헬스장으로 내뺄 궁리만 한다.

야, 우리 부대 생활 적응해야쥐~~~!

너 또 선임 이름이랑 얼굴을 언제 익힐래~~~!

너 내이름은 알아? ㅡㅡ;

결국, 몇 일 헬스장 못가게 했더니, 좀 삐친 얼굴이다 ㅡㅡ;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김이병 방에 검사차 들어가 봤다.

순간 멍~~~해지는 느낌.

나는 김이병이 무슨 약장사 하는 줄 알았다.

옷장과 책상(책이 있어야 할 공간--;)에 약이 쌓여 있었다.

근육을 키우는 약 다수, 비타민 약 다수...

심지어 냉장고 안에는 닭장 처럼 달걀이 세 판이나 있었다. ㅡㅡ;

자체 판결이 났다. 김이병은 완전 운동 중독!!!

결국, 한차례 방 검사 이후, 난 김이병에게 헬스장 애니타임 이용권(?)을 선사했다. 일과 시간 마치고 헬스장을 언제나 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처음 헬스장을 못 가게 했을 때, 방에서 얼마나 운동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했다. 설마, 가수 김종국마냥 책상을 아령 삼아 침대를 매트리스 삼아 운동한 것이 아닐까.

좀 짬이 찬 김이병, 아니 김일병은 지금도 열심히 헬스장을 다니고 있다.

여름도 다가오는데, 난 지금 그 때부터 김일병과 같이 운동이나 할 걸 후회하고 있다ㅡㅡ;

#3.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 김이병

카투사에 공부하러 온 케이스, 김이병. 얘는 오자마자 공부타령이다.

SAT를 봐야 한다나...미국 수능같은 시험이다.

주말에 나갈 수 있기에 주말반으로 SAT 학원도 끊어놨단다.

가끔 과외도 한다고...

근데, 사건은 사무실(부대 행정병)에서 터졌다.

바쁜 시간, 김 이병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한 30분 넘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담배피는 곳에 가봐도, 다른 사무실에 가봐도 없었다.

화장실에 갔나...하고 화장실에 가봤더니...

안에 아무도 없는데, 한 칸(큰 것 볼일 보는데)이 닫힌 것을 발견.-0-

야~~! 김이병 있어? 하고 불렀다.

역시나 그쪽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이병 김XX.!!!

나는 지금 일등상사가 찾고 있음을 그에게 알렸고, 화장실 밖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김이병은 말만 전달하고 내가 간 줄 알았나 보다.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오던 김이병...

갑자기 나를 발견하고, 급정지를 하는 찰나...

겉 옷 속에 숨겨있던 SAT 문제집이 떨어졌다...

너 설마 X 누는데서 공부한 거야?ㅡㅡ;

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혼쭐을 내고 싶었지만,

바빴기에 그 때는 그냥 넘어갔다.

그 날 점심 시간...

"야, 너 공부, 방에서만 해, 그런 건 일과 시간 끝나고 하란 말이야!"

난 강하게 말했다. 다시 SAT 문제집 가져오면 또 혼낸다고...

(사실 혼낼 것도 없다. 요즘은 쫄병이 왕인 시대...입만 아프고 ㅠㅠ)

암튼, 최근에 김이병은 SAT 시험을 봤다.

얼굴 보니, 잘 못 본듯...다음 달에 또 본덴다.

난 왠지 좀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_-;

#4 수영에 삘 꽂혔다, 장 상병

수영을 유난히 좋아했던 장 상병.

박태환이 막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그럴 때부터 좋아했던 장 상병.

당연히, 장 상병의 수영 실력은 완전 초짜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ㅡㅡ;

일과 시간 끝나면, 수영장 가는 것은 또 다른 일과.

나도 한번 같이 가봤는데, 아주 좋다. 난 특히 사우나가...ㅡㅡ;

암튼, 나를 포함 우리 부대원 총 5명이서 물 속 공놀이, 스프린트 대결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부대가 아닌 어디 여름 날 수영장에 피서온 기분?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그러다 장 상병이 삘~을 받았는지, 수영장 밖으로 나가더니...

갑자기 다이빙을 하는 것이었다.

우린 별 일 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푸른 물이 붉은 색으로 물들더니...

밖으로 고개를 치켜든 장 상병은 이마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ㅡㅡ;

다이빙 선수들처럼 다이빙을 한 장 상병...

자리를 잘못 잡고, 어린이들이 수영하는 공간에 다이빙을 한 것이었다ㅡㅡ;

그만큼 깊이가 아주 얕았던 것.

삘을 너무 충만하게 받아서인지 확인을 못했나 보다ㅡㅡ;

이마에서 흘러내린 핏물은 얼굴 전체로...

근데, 더 웃긴 것은 수영장 바닥이다.

수영장 바닥에 있는 타일이 깨진 것...

머리가 얼마나 쎈 게야ㅡㅡ; 설마 말로만 듣던 돌+ I?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간 장 상병.

결국 열 몇 바늘 꼬맸고, 지금은 해리포터처럼 이마에 상처가 있다ㅡㅡ;

(물론 마법 능력은 안 생겼다-_-;)

타일이 깨진 수영장도 보수공사 차원에서 잠시 폐쇄되었고,

1달 후 수영장은 재오픈했는데, 

한동안 우리 부대원들의 입장은 제한되었다ㅡㅡ;

치사하게 CCTV로 다 찍어놔서...

지명수배자처럼 근처에만 가면 입장 거부시킴ㅡㅡ;

장 상병의 과다한 수영 사랑으로 영영 수영장에 못 가는 것은 아닌지...

괜히 갔어~, 괜히 같이 갔어~

모든지 흥분은 금물~!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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