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학을 배워서 그런지, 친구를 따라 다니면서도 차에 관심을 갖기 보다 처음 와 본 중고차 시장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차를 사서 타다가 중고차를 내놓는 사람들과 그들의 차를 사서 이렇게 중고차 시장에 전시해 놓는 딜러들 그리고 중고차 시장이라는 공간을 임대를 주는 사람들까지 중고차 시장은 거래되는 금액만 비쌌지 재래 시장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고차 매매의 경제학적 문제
중고차를 사고 파는데 오래전부터 경제학에서는 정보 비대칭의 문제라고 설명해 왔다. 즉, 새 차를 방금 사더라도 영업소 전시장을 빠져나가자마자 그 차는 중고차로 둔갑이 되고, 그 가격도 크게는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이란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차를 중고차로 내놓는 사람은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보다 그 차에 대한 정보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차를 팔려는 사람은 차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팔 수 있고, 사려는 사람은 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차 값을 지불하기 전에 이것저것 살핀다.
차를 파는 사람은 팔면서 괜히 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그 차 값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기 전에 알지 못했던 품질에 대한 문제가 있는 중고차를 산 사람은 타다가 수리비가 많이 나오게 되고, 속았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화를 낼 지도 모른다.
즉, 중고차 구매자는 꼼꼼히 살피고, 판매자가 어떤 신뢰 (사고이력서, 보증기간 혹은 보증 거리 등)를 줄 수 있는지 잘 고려해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진다고 하더라도 역시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중고차는 보증기간 이후에 고장이 생긴다. 최소한 중고차 구매자들은 그렇게 느낀다. 게다가, 보증 범위 혹은 보증 내용도 터무니 없이 판매자 위주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이용한 판매자가 미리 예측해 고장이 많이 날 것 같거나 수리가 곧 필요할 것 같은 부품을 일부러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그럴 경우, 구매자는 고스란히 수리비 폭탄을 맞고도 어떻게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중고차를 제대로 살 수 있는 경제학적 방법
보통 방법으로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아무리 정보가 많이 흘러 넘친다 해도 직접 사용해본 사람만큼 그 물건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정보를 역이용하거나 전혀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중고차 가격결정 방법과 시장 외적인 방법이 있다.
우선, '중고차 가격결정' 방법이 있다. 바로, 판매자-딜러-구매자 사이의 결정된 가격을 보고 파악하는 방법이다. 중고차 시장에는 시세라는 것이 존재한다. 같은 차종, 모델, 제조회사에 따른 평균적인 가격인데, 가끔 시세보다 비싼 차들이 등장한다. 이런 차일 경우, 판매자-딜러가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도 될 만큼 차의 상태가 좋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즉, 중고차를 프리미엄을 얹어 비싸게 파는 대신 이 차를 구매할 사람들에게 미래에 지불할 잠재적인 수리비를 아껴주는 셈이다. 물론, 그들의 신뢰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두번째는 '시장 외적인' 방법이다. 중고차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재래 시장 혹은 주식 시장이 언제나 제 때에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시장 외적인 방법은 거시적 경제 상황이 중고차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하에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수출도 안 좋고, 소비도 위축된, 한마디로 경기 불황이 왔다고 하자. 쉽게 생각해서 우리나라의 1998년 IMF시대로 되돌아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경기 불황이면, 중고차 시장의 매물은 늘어나게 된다. 차는 멀쩡한데 단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는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차가 문제가 있어서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판매자가 돈이 필요해서 차를 처분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불황은 구매자의 입장에서 품질이 좋은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되는 것이다.
또, 경기 불황이 오면 차의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프리미엄을 받기
힘들다. 이미 말했듯이,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로 인해
중고차 시장의 매물은 많아지고, 이런 매물의 공급이 증가하게 되면 가격은 높아지는 것이 아닌 낮아지게
된다. 또, 매물이 많아지게 되면, 중고차를 전시해야 할 공간이 부족하게 되고, 그럴 경우 심하면 중고차
딜러는 새로운 매물을 받아들이는 걸 꺼려할 수 있다. 전국에 중고차 전시장은 제한되어 있고, 다른 전시장으로 옮기려고 해도 새로운 임대료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중고차 전시장은 텃세가 있을 수 있고,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프리미엄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따라서, 경기 불황 때는 중고차 물량이 많아 선택 범위도 넓고 가격도
저렴해 중고차 구매에 최적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이, '중고차 가격결정' 방법은 ‘판매자-딜러’의 신뢰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시장 외적인' 방법이
더 설득력 있고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 불황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참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방법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불황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차를 판매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한번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