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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보

의욕이 넘치는 텔레마케터, 도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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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이 직접 광고를 하던 기계음으로 광고를 하던 전화를 통해 하는 광고는 그냥 끊는 성격입니다. 어김없이 오늘 오후 4시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그쪽에서 XX브로드밴드라고 함과 동시에 끊으려다가 어디서 호기심이 생겼는지 한 30초 정도 더 듣게 되었습니다. 이런 전화를 하두 끊어 저쪽에서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들어보자는 생각이 은연 중에 들었던 거죠.

 

계속 듣자 보니, 인터넷과 전화선을 합쳐 싼 가격에 해 준다는 전화였습니다. 자기 이름과 지점을 예의 있게 밝히고 난 후, 가격과 약정 등이 모두 내게 유리한 조건이라며 설득하고 있더군요. 사실, 케이블을 새로 설치하면서, 인터넷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설득은 저에게 택도 없었습니다. 더 들을 필요도 없이, 나는 부모님 안 계시다는 핑계로 끊으려고 했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안 계시다고 하니, 저쪽에서 눈치가 없는 건지 직업 정신이 투철한 것인지 부모님이 언제 들어오시는지 알려달라고 그럽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저쪽에서 꼬리를 내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하니 잠깐 놀랬죠. 저는 머뭇거리며, 언제 오는지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 뭐라고 하길래 그냥 저는 끊어버렸습니다. 다행히, 다시 전화가 오진 않더군요.

 

유명한 회사긴 하지만, 내가 부모님이 언제 들어오는지에 대한 우리 집의 개인 정보까지 알려줄 의무가 있진 않습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맞으나, 그 모기업 회사의 핸드폰을 쓰고 있기에, 어쩌면 저의 개인 정보가 인계된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부모님이 언제 들어온다고 물어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만약, 어린 애 혼자 이 전화를 받고, 부모님이 언제 들어온다는 질문에 순순히 대답했다고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을 사칭해, 이런 개인 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보이스 피싱 사건도 많이 일어나는데, 이런 지극히 개인 정보를 원하는 텔레마케팅은 전화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더욱 떨어지게 만들 것이며, 그에 따라 전화 광고 효과를 더욱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의욕이 너무 넘친 텔레마케터, 기존 지상파 광고와 인터넷 광고에 밀릴대로 밀린 전화 광고의 존재마저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