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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은행 대출받을때 당당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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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돈이 충분히 있을 수는 없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돈이기 때문에, 돈이 없을 때는 당연히 은행에서 빌릴 수 밖에 없다. 돈이 남으면,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하고 돈이 없으면 은행에서 빌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시스템이다.

 

하지만, 은행에 예금을 하러 가는 사람의 심리와 대출 받으러 가는 사람의 심리가 아주 다르다. 간혹 예금을 하러 가는 사람은 당당한 반면 대출 받는 사람은 아주 죄지은 사람처럼 위축된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해, 돈이 많아 예금을 한다는 생각에 은행 창구 직원에게 당당하게 보일 수 있다는 심리다. 대출은 물론 그 반대다. 하지만, 예금은 그렇다 치고, 대출 받을 때 우리가 위축될 필요가 있을까?

 

대출받을 때 위축되는 이유


먼저, 왜 대출을 받을 때 사람들이 위축되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대출은 돈을 빌리는 것이고, 사람들은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돈과 능력을 동일시하면서 자신이 돈이 없는 것이 능력부족이라는 부끄러움으로 인식된다. 돈이 없으면 사회적 약자라는 죄의식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심리를 잘 아는 은행 창구 직원의 태도는 대출 받는 자가 더욱 위축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대출을 받으러 가면 알겠지만, 은행 창구 직원은 은행에 있는 돈이 자기의 돈인양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대출 상담을 받으면, 이것저것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자신의 재산 목록을 말하면 말할수록 자기 능력 부족이란 현실만 깨우치게 되면서 더욱 고개를 숙이게 되고 어깨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이다.

 

은행 창구 직원, 특히 대출 상담 직원들은 상대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 대출 받는 사람이기에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자신의 성과 올리기로 이용하기도 한다. 개인 고과에 도움이 되고자 대출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특히, 보험상품) 끼워 팔기도 하고, 경기가 안 좋다는 둥 이런 저런 핑계로 대출 조건을 불리하게 해주는 경우도 많다.


대출은 소비자가 왕이다

대출은 은행의 여러 가지 상품의 일종이다. 사람들로부터 예금이란 형식으로 돈을 보관해주고, 그 돈을 대출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가 훨씬 높기에 (예대금리 차이를 순이자마진이라고도 함대출을 하면 할수록 은행은 수익을 내게 되는 것이다.

 

대출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이란 상품을 사고, ‘이자라는 사용료를 내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를 따지자면, 대출을 받는 사람은 철저한 수요자, , 소비자가 된다. 소비자가 대출이란 상품을 사지 않으면, 은행은 상품을 팔지 못했으니 '이자'라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어느 기업이 그렇듯 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논리로 따지면, 원래 은행은 대출 받는 사람에게 굽신거려야 마땅하다. 대출이란 상품을 '제발' 사가라고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대출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대출이란 상품이 맘에 들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를 우롱하려 한다면, 은행 창구 직원에게 당당하게 화도 내고, 정 성이 차지 않는다면 센터장까지 불러서 따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고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금융계의 소비자고발센터라고 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에 고발해야 한다.

 

근데 은행이 왜 이렇게 거만해졌을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대출 상품 특성상 대출받는 사람이 당당해야 옳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역시 경제 원리로부터 찾을 수 있다. 먼저, 돈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으로 소비 만족을 하기에 부족하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자동차도 사야 되고, 집도 사야 되고, 명품 가방, 옷을 사야 되니 돈이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다. 돈에 대한 수요, ,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은행이 거만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소비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돈줄이 은행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출을 받으러 갈 때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다. 은행도 대출 받는 사람을 찾아야 돈을 벌게 되고, 대출 받는 사람들도 그것에 대한 사용료를 이자 형식으로 지불하는 하나의 경제 시스템의 일부다. 만약, 대출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은행은 망하게 된다. 사람들이 예금만 하고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은행은 이자 수입은 없고, 이자 지출만 있을 뿐이다. 소득은 없고 지출만 있는 격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에 사람의 감정, 특히 대출받을 때 느끼는 경멸감을 전혀 필요 없다오히려,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에 따라 사람들의 대출에 대한 욕구가 줄어 은행이 사람들에게 대출받아 달라고 하소연할 때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