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는 맛집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이 단어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나는 인터넷 블로그에 수많은 맛집 포스팅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만 나올 때가 많다. 개개인의 입맛이 다 다른데, 자기 혼자 가서 맛있다고 맛집이라고 포스팅을 올려 놓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즉, 맛집이란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가서 먹어보고 맛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비로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 혼자 가서 만족하여 혹은 서비스가 좋다하여 맛집이라고 하면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맛집이라는 그 말 자체를 믿지 않는다.
맛집 블로거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다. 먼저, 이들은 베테랑 맛집 블로그 특성상 일주일에 최소 5개의 맛집을 소개한다. 한달에 20개, 1년이면 240개의 맛집을 소개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 매년 240개의 맛집이 등장할 수 없고, 그 자체로도 불가능하다. 또, 내가 생각하기에 근 10년 동안 우리 나라에 진정한 맛집이란 곳은 다 밝혀졌다. 즉, 이제 블로그 포스팅에 맛집이라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식당 방문기'라고 쓰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이, 맛집 블로거들의 입맛이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대변해주지 못한다. 이들이 할 말은 그저 서비스가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이지 맛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 나라 맛집이라는 정보 자체를 하나의 왜곡된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맛집 블로거는 공동구매, 식당 음식 무료 취식 등 최근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여기서 맛집 블로거들은 큰 착각을 가지고 있다. 먼저, 진정한 맛집은 블로거들이 맛집이라고 치켜세우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미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다. 블로거들이 맛집이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맛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맛집 블로거들은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식당에 수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특히, 베테랑일 경우 이 착각이 아주 강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그저 식당에 가서 음식 사진을 찍고, 어떤 것을 먹었는지 보여주며, 설명은 하지만, 다 개인적 혹은 주관적이라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맛집이라는 말로 그럴 듯하게 꾸미지만, 그곳이 진짜 맛집인지 아닌지는 맛집 블로거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맛집의 요리는 누가 하는 것일까
서두에서 맛집 블로거에 대해 잠시 다뤘는데,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맛집 블로거들이 아닌 그 음식을 직접 만드는 요리사 및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맛집이라고 불리는 식당과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의 관계를 보면서 우리 나라 맛집의 불편한 진실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맛집에는 당연히 음식을 요리하는 요리사가 있다. 그리고, 맛집이라고 하는 곳의 요리사의 월급은 당연히 맛집이 아닌 곳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맛집은 그만큼 매출이 높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매출 증가의 일정 비율은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요리사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맛집은 블로거들이 맛집이라고 남발하는 그런 맛집이 아니라 진정한 맛집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은 맛집의 요리를 누가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저 맛집이라는 포장에 가려 그것을 요리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맛만 있다면 이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맛집에 음식을 먹으러 왔으니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집만 알고 맛집에서 요리하는 요리사를 몰라주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문제 1. 맛집의 탄생과 요리사의 수난
식당은 요리사를 고용한다. 그리고, 식당은 특이한 맛과 메뉴로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고용된 요리사가 맛집의 명성에 맞게 열심히 요리를 만든 덕택이다. 그런데, 요리사가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맛집의 명성을 얻게 된 그 음식의 레시피는 식당 것이 된다. 즉, 그 레시피를 사장에게 알려야 하고, 이 방법은 식당 고유의 맛이 되는 것이다. 식당 사장 입장에서 이 레시피를 빼앗는 이유는 이 맛으로 손님을 계속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여기서 계속 일한다는 보장이 없고, 계속 일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어, 식당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 레시피를 얻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요리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까운 레시피를 빼앗긴 셈이다. 물론, 이 요리사가 여기서 계속 일하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요리사는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종종 요리사는 다른 식당으로 옮기는 선택을 한다. 요리사는 기존 레시피를 개량해 더 맛있는 것을 만들고 싶지만, 사장은 맛집이란 명성을 얻게 한 기존의 레시피를 고집할 수 밖에 없다. 맛이 바뀔 경우, 맛집이란 명성에 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장과 요리사간의 갈등이 생긴다. 또, 사장은 자신의 식당이 맛집이 된 순간 요리사를 해고하고 경력이 적어 임금이 낮은 다른 요리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말했듯이, 식당이 맛집이 되는 순간 사장은 기존의 요리사로부터 레시피를 빼앗았다. 이 레시피를 신입 요리사에게 가르치고 똑같은 맛을 내도록 훈련시키며, 열심히 레시피를 만들어 준 기존의 요리사는 토사구팽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 2. 요리사 인건비 하락 요인
사장과 요리사 입장에서 보면, 요리사는 항상 을의 입장이다. 요즘 들어, 요리사가 중요시 되는 식당도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맛집의 경우는 거의 사장이 갑이 된다. 사장이 인건비, 재료비, 마케팅비, 프랜차이즈비(프랜차이즈 식당이라면) 등의 모든 비용을 담당하기 때문이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위에서 말했듯이 요리사는 맛집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자신의 레시피를 식당에 모두 빼앗기기 때문이다. 사장은 기존의 요리사가 없더라도 다른 요리사를 고용하여 똑같은 요리를 할 수 있고, 똑같은 맛으로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기에, 맛집 요리사는 항상 을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요리사는 경력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데, 맛집 요리사는 대체 가능한 신참 요리사 때문에 임금 하락 압력이 크다. 언제든지 낮은 임금의 신참은 고참 요리사의 자리를 쉽게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맛집 레시피를 개발한 고참 요리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연봉을 감수하거나 맛집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에 비해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물론, 이런 대우가 못마땅해 그 레시피를 가지고 다른 곳에 식당을 하나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역시 자금이 부족하다. 식당을 빌리고, 꾸미고, 관리하는 데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요리사는 그럴 돈이 많이 부족한 것이다. 즉,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하고 사람들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수고에 비해 이들은 기존 식당에서 낮은 임금을 받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우리 나라 요식업의 유래없는 전통으로 굳어져 우리 나라 요리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박봉에 시달리는 이유가 된다.
문제 3. 요리사의 창의력 말살
맛집은 요리사의 창의력을 말살시킨다. 맛있는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요리사는 해당 맛집에서 일할 때, 한가지 레시피만을 고집한다. 그 레시피를 믿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맛집은 그 메뉴 개수도 적다. 요리를 다양하게 할 여건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만약 요리사가 자기가 원하는 요리를 하고 싶다 하더라도, 맛집 사장은 당장 그 요구를 일축할 가능성이 높다. 사장 입장에서 요리사가 맛집 레시피를 버리고 다른 레시피로 요리를 하는 것은 큰 위험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먼저, 맛집 레시피를 버리면 맛집이라는 명성이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맛집이면 손님들로 바쁠텐데, 여기서 맛집 요리가 아닌 다른 요리를 하기에도 바쁘며,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새로운 맛을 찾는데, 시간과 돈이 낭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건에 불만을 가지고, 요리사는 맛집이 된 식당을 떠나 새로 생긴 식당으로 옮기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새로운 곳에서 꼭 성공할 보장도 없다.
따라서, 맛집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요리사는 그 요리만 한다. 한가지 요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우리 나라 요리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국에는 유명한 요리사가 식당을 운영하고, 다양하고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 대중을 놀라게 하지만, 우리 나라는 창의력이 좋은 요리사가 나올 여건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맛집이 계속 존재하고 맛집 블로그라고 맛집이라고 연일 떠드는 동안 우리 나라 요리사들은 그 노력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단순 노동만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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