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끔 지하철에는 그 목적을 상실하고 지하철을 휴식 공간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피곤해서 자기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자는 사람은 양반쪽에 속한다. 피곤하니 당연히 자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이 사람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지 않는 한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실, 문제는 지하철이 휴식공간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 벌어진다. 나는 가끔 지하철 3, 4개 자리에 걸쳐 아예 누워 자는 사람도 본 적 있고, 아직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바닐라로맨스님의 블로그에 생생히 나온 지하철 바닥에서 자는 사람처럼 너무나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어떻든 이런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행동을 취해야 하지만, 나도 그러지 못했고, 아마 많은 사람들도 직접 나서서 그들을 도와 자리에 앉히거나 심지어 살았나 죽었나 건드려 보는 사람도 드물다. 즉, 지하철에 누운 그 사람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한동안 방치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물론,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애써 피하려고 한다. 괜히 나서서 도와주면 오히려 나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그저 피곤해서 애써 무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 살기도 힘든데 자리에 앉기조차 힘들어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이런 현상은 게임이론이 많은 사람으로 확장된 다자간-게임 딜레마라고
불린다. 즉, 주변 사람들이 모두 게임 참가자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 학창시절 때 학교가 파하면 모든 학생들이 남아서 교실 청소를 했다. 모든 학생들이 빠짐없이 나서서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꼭 뒤로 빠져서 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청소를 안해도 다른 친구들이 청소를 하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다. 물론, 도덕적으로 큰 잘못이 있는 상태고, 또 선생님한테 걸리면 이들은 꾸중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남아서 청소를 하는 얘들은 이들을 애써 무시한다. 보통 청소를 안하고 학교 뒤에 가서 놀거나 수다를 떠는 아이들은 ‘좀 노는 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바닥에 누운 노숙자들을 피하는 이유는 이렇게 청소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뒤로 빠져서 나서지 않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나서서 청소를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다. 또, 지하철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고 도와주면 지하철에 탄 다른 모든 시민들이 쾌적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위의 예에서 학생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와는 사뭇 다르지만, 지하철에서도 괜히 나서서 자신이 피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점은 같다.
이런 현상은 지역 사회 내에서 공동으로 모금을 할 경우에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마을에 홍수가 발생하거나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있고, 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꼭 모금을 해야 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 모금은 그 지역 모두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꼭 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돈이 아까운 것이다. 또, 이들은 자기가 그러한 일에 공헌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의 공헌을 통해 이익을 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청소할 때 뒷문으로 도망가는 애들과 똑같다. 어떻게든 모금을 하고 모자란 부분은 대출도 받아 겨우 방지 턱을 세웠는데, 모금을 내지 않은 집 앞에만 물이 범람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들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다. 청소가 끝나고 어슬렁어슬렁 뒤늦게 들어오는 애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요즘은 무관심, 무감각의 시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때,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참여를 해야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아니면, 위에서 예로 든 청소를 하거나 모금을 하는 것처럼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을 때 전체를 위해 일하는 몇 명 혹은 어느 정도의 사람이 꼭 있어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누워 있는 사람을 방치해 놓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자기 혼자만 빠지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결국 서로 눈치만 보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마음은 결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아무도 나서지 않아 지하철에 누워 잤던 그 사람이 결국 죽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죄는 표면적으로는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 겉으로만 죄만 없을 뿐이지 사람에 따라 살인미수죄처럼 무거운 마음일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보고도 아무 감정이 없다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각박한 현실을 탓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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