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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왜 중국집에서 메뉴를 통일하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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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중국집에 가서 먹었다. 친구 넷이어서 그런지 메뉴를 고르는데에도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나는 미리 마음 속으로 짜장면을 시킬 요량이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뭘 먹을지 많이 고민하는 눈치였다. 고민을 끝내고 탕수육 대자를 기본으로 각자 짬뽕, 볶음밥 그리고 기수란 친구는 육개장을 시켰다. 우리들은 기수보고 중국집에서 왠 육개장이냐고 장난으로 놀려댔지만, 기수는 중국집에서 하는 육개장이 의외로 맛있다며 그는 그 선택을 끝까지 고수했다. 결국 10분에 걸쳐 우리들은 다양한 우리들의 성격만큼 다양한 메뉴를 고르길 끝마쳤다.

 

그리고 나서 중국집 아저씨를 불러 우리들의 메뉴를 전달하려는데, 아저씨는 메뉴를 통일하면 안 되느냐고 우리에게 정중히 되물어왔다. 여기는 짜장면이 가장 맛있다고 하면서 우리들이 모두 짜장면을 먹으면 안되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들도 협상을 시작했다. 그렇게 메뉴를 통일하면 탕수육의 양을 더 주면 안되겠냐는 우리 나름대로의 음식 협상을 시작한 것이었다. 아저씨도 우리가 내민 카드에 흔쾌히 동의했고, 친구들도 여기서 맛있다고 하는 짜장면으로 마음이 움직인 듯 보였다. 하지만, 역시 기수가 문제였다. 이 친구는 오늘 육개장을 먹지 않으면 무슨 큰 일 날 것처럼 육개장을 고수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10분 동안 메뉴 고르고 통일되지 못한 메뉴를 30분이나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배가 더 고파진 우리들은 또 10분만에 그 많던 음식을 깨끗이 다 해치웠다.

 

                                                                                                             (c)다음이미지


왜 중국집에서는 메뉴를 통일 하라고 했을까

 

먼저, 중국집은 우리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손님이고, 그들은 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이다. , 우리들보다 그들이 식당에 대한 내부 정보를 더 잘 알고 있으며, 당연히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도 더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들은 메뉴판을 보면서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그 음식이 우리가 기대한 맛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국집 아저씨는 선수 짜장면이라는 그가 생각하는 우리들을 위한 최상의 요리를 추천해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집 아저씨가 순전히 우리들을 위해 그런 행동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 될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은 음식이란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음식보다는 돈에 더 관심이 있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먼저, 메뉴가 통일되면, 요리사는 편리하다. 한가지 음식만 하면 시간도 덜 걸리기 때문에 다른 음식 만드는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가 점심 시간이었기에 식당 안에는 사람도 어느 정도 있었고, 배달 주문도 어느 정도 밀려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우리들의 메뉴가 통일되었다면 그들은 보다 빨리 다른 주문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또 그것은 그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게다가, 우리는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30분 동안 기다렸는데, 만약 한가지 메뉴를 시켰다면, 그 준비 시간도 훨씬 단축되고, 그렇다면 테이블의 회전속도도 더욱 빨라진다. 식당에서 들어가서 나오는데까지 우리들은 총 1시간 정도 걸렸지만, 만약 짜장면으로 통일했다면 30분만에 중국집을 나올 수도 있었다. 이렇게 빨리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 회전율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바쁜 시간대의 중국집 입장에서는 단위시간당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역시 메뉴 통일은 그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다.

 

◆메뉴 통일의 부정적 효과

 

하지만, 이렇게 한가지 메뉴 통일을 추천하거나 강요하는 경우, 이것은 그들 스스로 중국집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잃는 것이다. , 짜장면으로 먹길 강요하는 경우, 다른 음식은 잘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인 것이다. 가령, 우리와는 다른 어떤 단체 손님이 주인장의 말을 듣고, 다같이 짜장면을 먹었다고 하자. 물론, 이들은 그 짜장면에 만족을 할 수도 있지만, 먹으면서도 짜장면 말고는 이 음식점의 다른 음식은 별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집에도 손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집은 짜장면 말고도 수없이 많은 다른 메뉴가 있는데, 이것은 손님으로부터 다른 음식의 선택권을 애초에 박탈해버린다는 뜻이고, 가뜩이나 마진도 낮은 짜장면만 많이 팔리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뉴 통일을 강요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서비스 정신의 결여라고도 볼 수 있다. 보통 바쁠 때 우여곡절로 메뉴의 통일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음식의 재료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도 메뉴의 통일을 반강제 하다시피 한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음식 재료의 준비는 기본이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식재료는 갖추고 있어야 손님에게 메뉴판으로 약속한 음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며,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음식 재료가 준비가 안되어있다고 하면서 메뉴의 통일을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서비스 정신이 결여되었음을 소비자에게 자각시켜주는 꼴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소비자는 결국 다시는 이 중국집을 찾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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