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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왜 우리 나라는 찌개 하나를 같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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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구들과 삼겹살 집에 가서 술한잔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었기에 정말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그런데, 삽겹살을 구으면서 한창 이야기를 나눌 때 즈음 주인 아저씨가 된장찌개 하나를 서빙했다. 친구들은 모두 된장국 하나에 숟가락을 넣어 먹었다. 나는 원래부터 된장찌개를 좋아하지 않아 먹진 않았는데, 이 장면을 보니 왜 한국 사람들은 찌개를 함께 먹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나도 한국 사람이다. 다만, 영국에서 오래 살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영국에서 오래 살지 않더라도 남의 침이 묻은 숟가락이 들어간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이것은 문화일까 습관일까 아니면 내 예상과 다르게 다른 사람과 침을 섞으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많은 것일까.



소주잔 돌리기 = 찌개 같이 먹기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는 소주 하나를 돌려가며 마시는 회식 자리가 많았다. 사실 회식을 할 때마다 소주잔은 돌고 돌았다. 내 옆에 있는 대리도 마시고, 부장도 그것으로 마시고, 심지어 새로 입사한 여직원까지도 그 잔으로 마셨다. 물론, 나도 마시긴 했지만, 나는 소주잔에 입은 닿지 않은 채 입안에 소주를 던져 넣듯이 마신 기억이 난다. 


아무튼 소주잔 하나로 같이 마시는 것이 지금 직장 문화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도 하지만, 여전한 곳은 여전하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말하는 찌개를 같이 먹는 것도 어떻게 보면 소주잔 하나로 같이 마시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소주잔 하나로 마시는 것을 직장 동료애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같이 찌개를 먹는 것도 친구들간 우정을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이란 음식 쓰레기를 먹는 것!


식당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남이 먹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식당에서는 남이 먹던 음식을 다시 내놓아서도 안되고, 내놓지 않는다. 그 남은 음식은 음식쓰레기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식과 음식 쓰레기의 차이는 바로 다른 사람의 침의 유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식당에서 김치를 먹다 남겼다. 남은 김치는 나의 침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을 것이다. 젓가락을 정말 정교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면, 침이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김치를 먹는데, 무슨 바늘에 실을 꼽아 넣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먹지 않는다. 즉, 남은 김치 그리고 더 나아가 남은 음식 거의 대부분은 그것을 먹는 사람의 침이 묻었고, 이는 식당에서 음식 쓰레기로 처리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우리가 친구들과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은 음식 쓰레기를 서로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시간차를 두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자. 내가 찌개를 먹다 남겼고, 식당에서 그 찌개를 다시 내왔는데, 이 찌개를 친구가 먹었다고 하자. 친구는 음식 쓰레기를 먹은 것이다. 즉, 우리가 친구들과 만나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은 이러한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동시적으로 서로의 음식 쓰레기를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왜 우리 나라는 찌개 같이 먹는 문화가 생겼을까?


내가 영국에서 살 때에는 철저한 개인의 음식이 있었다. 물론, 우리 나라처럼 찌개 종류가 많이 없긴 하지만, 식당에서 서빙되는 스프인 경우 아무도 같이 먹지 않는다. 대부분의 음식들도 우리가 흔히 보는 뷔페처럼 덜어서 먹는 것이다. (뷔페 자체가 서양 문화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여전히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전쟁 이후 우리 나라가 못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는 배가 고팠다. 미군이 주는 초코렛 한조각에 목숨을 걸 때도 있고, 먹다 남은 소시지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던 시절이다. 부대찌개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쩌면 부대찌개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찌개를 같이 먹는 문화를 처음 만들었던 음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 때 당시 전쟁 직후 찌개에 온갖 재료를 다 넣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많은 양을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먹기 때문에 많은 양은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 비해 그릇 및 접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숟가락도 간신히 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간신히 구한 숟가락을 이용해 부대찌개를 같이 먹는다. 지금 우리 나라 고깃집 혹은 술집에서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은 바로 이 부대찌개를 같이 먹는 풍습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찌개 같이 먹는 문화 = 후진국 문화


물론, 문화의 다양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문화가 있고, 나와는 다른 문화들은 존중해줘야 하는 기본적인 이치는 잘 알고 있다다. 하지만, 찌개를 같이 먹는 문화는 그 자체로 후진국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침 등 사람의 타액은 여러 질병을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찌개를 같이 먹으면서 침을 옮기면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중 하나라고 할지라도 이처럼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같이 찌개를 먹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서양 등 선진국을 볼 때에도 외식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발달된 외식문화일수록 자기만의 음식이 따로 있다. 개인 접시가 있거나 위에서 말한 뷔페처럼 덜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찌개를 같이 먹고, 먹던 찌개 안은 숟가락의 침이 흘러 들어간다. 결국, 그 찌개는 찌개를 먹는 사람의 침이 모두 섞이게 되고, 약간의 농담을 보태서 ‘침반 찌개국물 반’이 된다. 당연히, 이렇게 다른 사람의 침이 들어간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을 절대 선진 외식 문화라고 볼 수 없다. 


이제 우리 나라도 선진 외식 문화가 발달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남의 침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것인가. 이제 그만 먹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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