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영국 일상

오랜 영국 생활로 변한 나의 습관들은 무엇?

반응형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이 된다면 그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라는...나 또한 그런 동물로 영국에서 사는 동안 내 생활은 그야말로 영국인처럼 됨을 느꼈다. 물론, 그러는 동안 나는 그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새, 손짓 발짓 등 바디 랭귀지를 영국인처럼 하고 있고, 매운 음식은 먹지 못하며, 전반적으로 조급해 하지 않고 느긋한 생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1. 매운 음식 노(No!)
영국에서 살면서 한국 음식과는 거의 연을 끊다시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외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영국으로 건너가 생활할 때 남들 흔히 겪는 음식 부적응은 나에게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영국은 내게 음식 천국이었다. 스파게티, 파스타, 피자, 피쉬 앤 칩스, 치킨 앤 칩스 등 기름진 음식부터 차이니지 푸드의 다양하고 아주 맵지 않은 달콤살콤한 음식, 스시를 비롯한 단백한 일본 음식 등이 나의 주식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 특히 매운 음식은 거의 접하지 않은 채 생활하다 보니 이제 입맛이 변했음을 느낀다. 귀국해서 친구들과 닭갈비 집에 갔는데, 너무 매워 물배만 채우고 나온 일, 예전 소주 안주거리로 먹었던 부대찌게를 더이상 안주거리로 먹을 수 없었던 일, 가족들 모두 다 잘 먹는 육계장을 혼자 물 말아서 먹던 일 등 입 맛이 완전 변했다. 난 영국 살다 온 이후 외국 사람들이 김치를 먹으면 혀를 내밀며 물을 달라고 외치는 이유도 영국생활 이후 몸소 깨달은 셈이다.

2. 공원만 보며 누워!
푸른 공원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다. 햇살이 가득한 일요일마다 런던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때도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 버스타고 시내쪽으로 나가면 하이드 공원(Hyde Park)이 있었다. 혼자여도 좋고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은 그 곳에 난 공원에 누워 하늘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런던의 구름은 책장 넘어가듯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리저리 재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을 쳐다보고 있으면 아주 재밌다. 모양도 여러가지고, 차이는 크진 않지만 색깔도 달라 지루할 틈도 없이 조금만 누워 있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공원을 좋아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다른 공원을 소개해주었다. 보통, 런던의 공원은 무료로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이 친구가 소개해 준 공원은 큐 가든(Kew Gardens)으로, 약 5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했다. 역시 일요일 날씨좋은 날을 잡고,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큐가든에 갔다. 여기저기 잘 꾸며진 공원의 꽃과 나무들, 가끔 튀어 나오는 오리와 그 어미를 따르는 새끼들,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 다람쥐 등을 뒤로 하고 난 역시나 공원에 누웠다. 역시 구름은 산들바람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여긴 내가 처음 런던에 들어왔던 히드로 공항과 가까워서 그런지 비행기들도 한시간에 몇대씩 내 머리 위로 왔다갔다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런던에 오고 또 가는가...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또 시간은 흐른다.

지금은 한국에 있으면서 공원에 갈 경우가 있으면 습관처럼 눕게 된다. 내 여자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쥐새끼 왔다갔다 한 곳이라고 돗자리를 깔아주겠다며 얼릉 나를 일으켜 세운다. 쥐새끼라...난 영국에 있을 때는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돗자리를 깔면 물론 위생에는 좋을 수 있지만, 어차피 우리는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이런 사소한 걱정은 해서 무엇하랴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 나 설마 알콜 중독?
영국에서는 저녁 때마다 와인을 마셨다. 물론 한 병을 다 마셨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영국이 와인이 싸다해도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일 것이다. 하지만, 한 두잔 정도는 저녁 식사 때마다 마신 것 같다. 와인 전문가도 아닌데, 지금 와인을 마셔보면 이게 어느 나라 산인지 맟출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100% 정확히 맞추기엔 내 실력이 한참 모자를 것이지만...

이렇게 매일 저녁 알콜이 들어가다 보니 내 위장은 이런 내 생활 습관에 중독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 같다. 담배를 끊어도 담배에 자꾸 손이 가는 것처럼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와인에 손이 자주 가게 되는 그런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한국에선 비싼 와인보다 맥주에 더 손이 간다. 특히, 더운 여름 날 시원한 맥주와 치킨은 찰떡궁합으로 손색이 없다.

맥주도 많이는 마시지 않지만, 예전 영국 습관처럼 밥 먹고 맥주 1캔 정도는 마신다. 이거 혹시 알콜 중독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한 캔 정도 마신다고 머리가 띵하고, 구역질 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는 동안 내 위장은 점점 알콜에 적셔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현기증이 날려 한다. 나도 안다. 매일 알콜 흡수는 영국에서 얻은 습관 중 하루 빨리 고쳐야 될 습관이라는 것을...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포스팅이 맘에 드셨다면, 추천을,
그저 그랬다면, 아낌없는 격려를,
형편 없었다면,  거침없는 태클을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에핑그린입니다.
기타 의견, 제안이나 질문 있으시면 제 방명록이나 제 이메일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런던을 비롯 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에핑그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메일 주소: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