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견

예비군, 국가의 값싼 노예의 재확인 VS 국방?

반응형

얼마전에 예비군에 갔다왔다. 일이 바빠 11월 말일에 갔는데, 엄청 추웠다. 야상을 꺼내 입고 그 안에는 점퍼까지 입었는데도 추웠다. 예비군 갈 때마다 느끼는게 있다. 예비군 과연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하다. 특히, 점심 안 먹고, 예비군 6시간 끝나고 받은 돈은 6000원. 시급 천원꼴이다. 그것도 점심 안 먹고 받은 돈으로 만약 예비군에서 주는 밥을 먹었다면 돈도 못 받았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예비군에서 주는 밥을 먹지 않는다. 어느 날 한번 먹다가 돌맹이 나와서 이빨 깨질 뻔했다. 군대에서는 최대한 몸을 아끼는게 최고다. 지뢰 터져 다쳐도 국가는 보상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아니면 보상해주면서 온갖 생색은 다낸다. 그야말로 노예나 다름없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보기에 예비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운영하려면 예비군은 필요없다. 예비군에서 하는 것 없이 대강대강 한다. 맞지도 않는 군복과 군화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산을 왔다갔다 할면 끝난다. 예비군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총과 탄알을 제대로 주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갈아 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군 전력 증가는 물론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으로 말이다.





산 중턱에서 다들 스마트폰 하면서 다음 훈련을 기다리는 중. 산에서 담배도 피우고 오줌도 싸고 별 짓을 다한다. 추운데 이게 뭔가 싶다. 6시간 추위에 떨고 6000원 받으니 더욱 어이가 없다. 어떤 사람은 6시간에 60만원을 벌고 600만원을 벌 수도 있다. 국가는 이런 기회 비용은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저 6000원과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대체한다. 


국방부가 말하는 예비군의 존재 이유


예비군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사실 이 논리는 이 날 처음 알았다. 잠깐 강당 같은 곳에서 앉아 비디오를 봤는데 거기에 나온 것이다.


"예비군의 존재 이유는 예전부터 전쟁이 났을 때 생업을 하다가 전쟁에 참가하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짜 내가 본 비디오에 저런 식으로 나왔다. 의병처럼 국민들이 나서서 전쟁통에 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지금 예비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걸 보고 두가지 이유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첫째는, 예비군이 필요하기 전에 군에서 잘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애초에 적이 처들어왔을 때, 우리 군대가 제때 적소에 적을 물리치면 시민 의병은 애초에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군대가 잘 하려면 시스템이 잘 가춰저야 한다. 즉, 지금의 장교 위주의 시스템부터 고치고 장병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바뀌면 된다. 가령, 장교를 위한 골프장을 장병들을 위한 복지로 활용하면 좋다. 군 시스템을 바꿔 제대로 싸우게 만들면 예비군은 필요없다.


둘째는,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이 났을 때 도망간 왕이나 권력자가 많다. 참 우리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고 현재다. 지금도 국회의원이나 권력자들의 아들들은 군대를 안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고위층이나 권력층이 전쟁만 나면 도망가니 국민들이 나서서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가한 것을 예비군의 시초라고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예비군의 존재 이유를 듣고 나는 강당에서 대다수 잠을 자는 예비군들 사이에서 썩소를 짓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어쩌면 북한에 대한 군 병력 및 예비군병력은 조작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북한이 위협적이어야 예비군 존재 이유가 되고 우리들은 국가의 값싼 노예임을 재확인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일각에서 말하길, 영국 왕실은 전쟁이 나면 귀족과 왕족들은 먼저 나가고, 우리 나라 기득권층은 어디로 도망갈까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예비군 훈련을 하면서 나는 내가 값싼 노예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군대에 가고 예비군에 가서 우리 나라를 지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런데, 마지막으로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영상을 보는 내내 내 귀를 괴롭혔던 배경음악이다. 왜 예비군 교육 동영상에 더락 영화 사운드트랙이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어울리지도 않지만, 국방부는 저작권 개념도 없는 것인지, 공익적으로 이용하면 괜찮다고 여기는지 참 어이가 없다. 국가가 저작권을 이렇게 아무렇게나 생각하면서 사람들에게는 저작권을 지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암튼 이것저것 다 따지면 예비군만 그렇지 않고 지금 뭔가 우리 나라 시스템적으로 뒤죽박죽이다. 할 일은 많은데, 지금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상태처럼 보인다. 누군가 차근차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난 지금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