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 주제는 영화관에서 왜 팝콘을 파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실, 나도 그것에 대한 답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나는 팝콘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자류를 파는 것이 판매자의 입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일부는 그렇게 하는 곳도 있을수 있다)
사실, 나는 그것보다 왜 영화관의 팝콘 그리고 음료수가 다른 편의점, 슈퍼마켓 혹은 대형 마트보다 비싼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관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너무 비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사는 무언가가 있다.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의 지갑을 열어 비싼 팝콘과 음료수를 사게 만드는 힘.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오래 전 ‘보이지 않는 손’이란 이름으로 자유경제 사상을 표현했지만, 여기서의 보이지 않는 힘은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의 팝콘과 음료수가 비싼 보편적 이유 두가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은 팝콘과 음료수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일부는 비싼 이유도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고, 경제학을 배운 사람도 책 몇 장만 넘기면 그 이유가 나온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간단히 설명하겠다.
먼저, 팝콘과 음료수는 독점 판매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살 수 없다. 요즘 들어, 외부 음식 반입 논란도 있었지만, 최소한 영화관 앞에서는 팝콘을 파는 곳은 한 곳뿐이 없다. 경쟁자가 없으니 당연히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은 비싼 돈을 주고 사먹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영화와 음식 판매를 분리해서 볼 수 있다. 가령, 극장표 수입은 영화제작사가 갖고, 음식판매 금액은 영화관에서 갖는 수익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영화관은 영화 한편 가격을 높게 받는 것보다 차라리 영화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더 이익이다. 어차피 영화표 수입은 모두 영화 제작사쪽으로 간다고 하면, 영화관의 입장에서는 극장표 값을 최대한 낮춰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겠금 해서 음식을 많이 파는 것이 더 이익인 것이다.
요즘 극장에서 영화 한편 가격과 음식 (팝콘과 음료수가 세트인 콤보 메뉴) 가격이 9000원정도로 비슷한 것만 봐도 통념상 음식 가격이 영화 한편 가격에 비해 고평가 되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 보이지 않는 행동경제학적 이유는?
영화관은 보통 여가 활동의 하나로 여겨진다. 젊은이들에게는 데이트로 장소로 이용되고,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은 가족드라마나 애니매이션을 보러 온다. 먼저, 연인 사이에서는 팝콘은 영화관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만약 만난지 얼마 안된 연인이 처음으로 영화를 같이 본다고 하면, 남자의 입장에서 팝콘을 권하는 것은 매너로 생각한다. 남자들은 여자가 괜찮다고 해도 팝콘을 기어이 산다. 팝콘 정도는 사줄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 나들이의 경우에는 더욱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바로, 어린 아이들이다. 어린 아이들은 언제나 보챈다. 음식을 정말 먹고 싶어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고 자신도 먹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솟구칠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팝콘을 사주기도 그렇고, 안 사주기도 뭐한 황당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방금 밥을 먹고 나왔는데도 먹고 싶다고 떼쓰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나도 지난번에 떼쓰는 아들을 다그치는 부모에게 내 라지 팝콘을 덜어준 적이 있다. 물론, 그 때 나는 여자친구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행동이었다.
아무튼,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팝콘과 음료수는 이런 독점적 상황을 전적으로 이용하고, 보통 그 가격을 일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함으로써 그 수익을 최대화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예상 행동을 분석하여 수익을 최대화하는 그런 행동경제학이 여기 숨어있다고 보면 된다.
◆다각적으로 분석한 팝콘과 음료수가 비싼 4가지 이유
그럼 이번에는 영화관 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보통 영화 시작 30분 전부터 바쁘기 시작하다 영화가 시작한 후에는 한가롭다. 영화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시작하고 끝난다는 가정을 한다면, 영화 시작전 30분은 이들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간임에 틀림 없다. 영화 시작전에는 팝콘과 음료수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매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 때문이다. 이렇게, 30분간 순간노동량이 다른 아르바이트 직업보다 더 크다. 그리고, 이 노동량의 증가는 임금의 증가로 이어진다. 내가 영화관이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임금보다는 비싸다고 짐작할 수 있다. 평균 노동량은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짦은 시간에 집적된 순간노동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매점 직원들이 영화시작 전에만 바쁜 것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된 후 매점 안팎의 청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바닥도 닦고, 다음 영화 시간을 위해 팝콘을 다시 튀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즉, 순간노동량뿐만 아니라 평균 노동량도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관 매점 직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점 사장은 이것을 비용으로 책정해 팝콘과 음료수의 가격에 포함시킨다.
그럼 이번에는 팝콘 그 자체를 분석해 보자.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팝콘은 서양의 음식이다. 우리 나라는 뻥튀기가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따라서, 팝콘은 그 자체로서 희소성이 있다.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영화 볼 때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언론 매체의 영향인지 ‘영화’하면 ‘팝콘’이란 공식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 사이의 팝콘은 사람에 따라서 외식에 가깝다. 외식이기에 비싼 돈을 주고 사먹어도 된다는 인식도 같이 딸려온다. 따라서, 만약 뻥튀기와 팝콘이 영화관 매점에서 동시에 팔린다고 해도, 그 이미지 차이 때문에 팝콘이 더 비쌀 것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팝콘에 익숙한 소비자가 있다고 하자. 전자레인지에 팝콘을 튀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 아직 많지 않지만, 의외로 팝콘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들은 당연히 영화관에서의 팝콘 가격이 아주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고, 영화관에 올 때 팝콘을 집에서 튀겨 오는 선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차라리 집에서 팝콘을 튀겨 오는 것보다 영화관 앞에서 비싼 돈 주고 사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팝콘을 집에서 튀겨서 오는 경제학적 비용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다. 먼저, 마트에서 팝콘을 산다. 그리고,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튀겨서 적당한 바구니 혹은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에 담는다. 그것을 가방에 넣어서 영화관까지 온다. 물론, 손에 들고 올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가방이나 쇼핑백에 넣어서 혹은 매점에서 파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종이 봉투 같은 곳에 담아 오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기전 가방에서 팝콘을 꺼내 먹으며 영화를 감상한다.
결국, 매점과 집에서 만드는 팝콘의 원가(옥수수 가격)가 비슷하다고 해도, 팝콘을 스스로 만들고, 포장하고, 운반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맛이라도 좋으면 괜찮겠지만, 오는 도중 팝콘은 다 식어버린다. 아무도 팝콘을 보온병에 넣어서 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팝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식어버린 팝콘을 먹는 것을 좋아할 리도 없다. 이들은 스스로 팝콘을 만들어 가져오는 것보다 비싸더라도 차라리 영화관 앞에서 팝콘을 사 먹는 것이 경제학적 효용이 더 높고, 결국 비용이 더 절감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팝콘은 하나의 장식품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을 꾸미려는
여자들은 명품 가방을 하나씩 들기를 좋아한다. 남자라면 손목에 값 비싸 보이는 시계를 찰 것이다. 그것들이 할부로 매달 빠져나가 생활비를 축내더라도 그들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더욱 신경을 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면, 괜히 우쭐해지는 기분이고, 많은 사람들은 이 기분에 중독되어 있다.
팝콘도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팝콘 가격에 대한 조명이 언론에서 많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이 팝콘 가격이 말그대로 ‘뻥튀기’ 되었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이것이
요즘 팝콘을 사기보다 차라리 외부 음식을 가져오는 사람이 눈에 많이 띄는 이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을 뽐내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특히, 위에서도 말한 만난지 얼마 안된 연인 사이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일부 사람들은 남들이 비싸다고 여기는 팝콘을 하나 들고 영화 보러 들어가는 것을 무슨 외제차 끌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누비는 것처럼 그렇게 의기양양해 보일 수가 없다. 허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영화 다 끝나고 먹다 남은 팝콘이 자리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영화 보기 전에는 팝콘이 허세의 상징이었지만, 영화 끝난 후에는 그저 쓰레기로 전락되는 셈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팝콘 가격은 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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