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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 일상

영국 신사의 고지식함,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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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사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제가 생각하는 영국 전통 신사는 중절모를 쓰고, 버버리 코트를 입고, 한 10년은 신었을 것 같은 구두에, 팔에 우산을 끼고, 절대로 뛰지도 않는 걸음걸이를 시선은 정면 앞 60도로 내려다 보고, 얼굴은 이 세상의 고난을 자기 혼자 모두 짊어진 것처럼 굳은 인상을 하고 다니는 백인 중년 남성입니다.

영국 생활 동안 이런 분들을 자주 본 적이 없었지만,(제가 주로 있었던 런던은 저런 백인 중년들이 살아가기에 너무 역동적입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에 가장 가까웠던 학교 교수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것은 위의 만화처럼 처음 말을 틀때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만화를 보면, 좌측에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앞 뒤 말 다 끊어 먹고,
그냥 "Help(도와줘)"라고 외치면, 영국 신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조금 과장된 면도 없잖아 있지만요.

하지만, 우측의 경우처럼, 첫 마디에 "Excuse me"로 영국 신사의 주의를 끌고,
"I'm terribly sorry~"로 주의를 끌었다는 것에 대한 용서를 먼저 빌면서, "I wonder if~"로 영국 신사에게 어떤 요청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인을 하고, 마지막에 "as long as it's no trouble~"로 요청에 대해 재차 확인하는 말을 함으로써 겨우 영국 신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영국 신사의 고지식함을 물에 빠졌다는 위급한 상황 속에 재밌게 풍자한 만화로서, 어떻게 보면 전통적으로 옛 것(위에서는 정중한 말투)을 지키려는 영국인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잘 나타내고 있고, 좀 더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라고는 눈꼽만큼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모습은 많이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특히나, 많은 외국인들도 많이 살아가는 런던에서는 거의 만나볼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 젊은 영국인들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예전 영국 신사의 고지식함 보다는 융통성을 더 중요시하고 있고, 실제로 위의 상황처럼 위급한 경우였던 2005년 런던 테러 당시 영국 시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신속히 부상자들을 돕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의 만화와 같은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지키지 않는 옛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물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마을 서당에 보내고, 아직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게 땋아 늘어뜨리며 성인 남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는 경상남도의 청학동처럼 고지식한 영국인 신사들도 영국 지방 곳곳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아직도 살아가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림 출처: How to be British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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