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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런던&해외 이슈

영국 가요 대상 시상식을 보고 느낀 영국 팝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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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인터넷으로 영국 TV를 봤다. 그 중 눈여겨 본 것은 우리 나라 가요대상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Brit Award. 영국에서 귀국 후 군입대 때문에 거의 1년만에 처음으로 보는 영국 가요대상식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봤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국에서의 추억을 되살리며 어떤 음악이 인기가 있나 한번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지만, 보면 볼 수록 왠지 모르게 영국과 미국의 팝가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느낌이었다. 미국에 어느 정도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영국이기에 영국쪽에서 더욱 난리였다.

사실, 영국 음악 시장은 미국의 거대한 자금을 등에 없은 미국 팝음악에 잠식되어 왔다. 미국이 대중 가요라고 하면, 영국은 인디밴드라고 할까나. 자금력만으로는 확실하다. 당연히, 막강한 마케팅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팝가수 수는 영국 팝가수보다 한참 위다. 물론, 영국 가수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종종 있지만, 심지어 영국 젊은이들도 미국 음악에 심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에미넴(rap)이나 콘(rock) 등 음악 장르 대표 팝가수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런데, Brit Award를 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발견했다. 처음보는 여가수인데, 셀린디옹처럼 시원한 목소리에 고음까지 완벽히 처리하는 가창력 좋은 영국 여가수를 본 것이다. 이름은 플로렌스 웰치 (Florence Welch). 

인터넷 조사를 해보니, 데뷔한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데뷔앨범(Lungs, 앨범이름부터 비범하다. '폐'라니...)부터 영국 음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 시상식에 얼굴을 내비치며, 페스티발 신인상, 비평가들이 주는 상 등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아 7개의 상을 탔다. 이번 Brit Award에서도 올해의 앨범상을 탔다. 이렇게 빨리 성공한 영국 가수가 있을까도 의심이 될 만한 성과다. 

내가 말하는 놀라운 장면에서 플로렌스는 영국 힙합의 기대주(언제까지 기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지 라스칼 (Dezee Rascal)과 You Got The Love 라는 노래를 같이 불렀다. 디지는 내가 영국에 있을 때부터, 런던 뒷골목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고, East London 출신을 외치며, 미국 LA로 대변되는 서부힙합과 뉴욕으로 대변되는 동부힙합의 대결 모드를 런던에서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가졌다. 물론, 이건 디지의 꿈에 불과했다. 디지에 대적할 만한 런던의 랩퍼는 없었고, 대적하려던 랩퍼도 없었으니, 지금도 디지는 영국에서 홀로 영국 전통 힙합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우리 나라 일부 힙합 매니아에게 디지는 꽤 유명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여튼, 셀린디옹의 목소리에 라스칼과의 콜라보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하프 소리를 매개로 이 둘의 목소리는 묘하게 어울렸고, 이 듀엣은 영국 음악계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조심스레 평가해 본다.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럼 한번 내 말이 맞는지 각자 들어보고 판단해 보자.
 
어떤가? 이 정도면 미국 팝가수에 대적해도 충분할 대중성이 흠뻑 가미된 영국 듀엣이 탄생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지 않은가. 

실제로, 이 날 Brit Award 무대에서 당당히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거머지고 날라온 제이지(Jay-Z)와 Alicia Keys(엘리샤 키이즈)가 Empire State of Mind를 불렀기에 어느 정도 직접 비교가 가능했다. 수많은 히트곡에 비지니스로도 성공한 제이지와 최고의 가창력과 미모를 겸비한 R&B 가수 엘리샤 키즈가 부르는 이 곡은 최고의 대중성으로 현재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노래다. 

이름값만으로는 플로렌스-디지의 절대적인 완패일지는 모르나, 이 날 퍼포먼스만큼은 거의 만만했다. 아니,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을 보면 오히려 더 나았다. 그럼 이번에도 한번 다음 비디오 클립을 봐 보자.
 
 

물론,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개인적인 차이일 뿐이다. 나 또한 두 비디오 클립을 비교하면서 영국의 두 가수가 미국의 두 가수보다 낫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제이지-엘리샤는 인기가 많다 하지만 우선 멀리서 원정왔고, (축구를 보면 알겠지만, 홈 어드밴티지가 대단하다. 관객들의 호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날 제이지의 컨디션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으며, (아니면, 이제 연세가 들어 쌩쌩한 디지에 비해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며), 내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Empire of State Mind 노래가 You Got The Love 노래보다 원래 부르기 어려운 노래일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런던에서 뉴욕이 좋다고 외치니 제이지도 민망하고, 또 이걸 보는 영국 사람들도 좀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집어 치우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날 영국 TV, 그 중 Brit Award라는 영국 가요 대상 프로그램을 보고, 영국 팝 음악도 이제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영국 음악도 대중성을 가미한 미국 음악의 상업성을 쫓아간다고 나쁘게 볼 수도 있지만, 노래 자체가 이제 아이튠즈에서 헐값에 팔리고 있는 마당에 (하지만, 우리 나라는 대부분 무료로...) 이렇게 대중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큰 의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국 가수로서 빌보드 차트에 오른 가수는 손에 꼽는다고 한다. 어디서 굴러 들은 얘기로는 비틀즈와 스파이스걸스가 영국 가수로는 유일하다고 하는데, (이것까지 귀찮아서 인터넷 조사는 하지 않겠다. 왠지 훨씬 많을 것 같은 느낌...ㅡㅡ;) 개인적으로 이번에 플로렌스와 디지가 듀엣으로 나가서 빌보드에 좀 오르고, 이를 통해 우리 나라에도 영국 음악이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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