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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한국 사회

영국인들이 우리 나라 위치를 모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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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람한테 우리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한국전쟁 때 참전한 할아버지 혹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일부 영국인일 뿐이다. 물론, 그 숫자는 극히 적고, 영국에 있는 동안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마, 로또 당첨 확률보다는 높은지 내가 영국에 살았던 9년여 동안 그런 사람은 전혀 보지 못했다.

 

이것은 영국의 영원한 우방 미국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 사람(어떻게 보면 영국인들이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들도 동양인을 보면 우리 나라보다는 일본이나 중국을 먼저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상 그들은 그렇게 쭉 생각한다. 심지어, 먼저 북한에서 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우리는 영국과 미국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데왜 그들은 모를까?

 

먼저, 그들의 숨겨진 우월주의가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지금의 경제 체제를 가장 먼저 창조한 나라고, 민주주의도 가장 처음 도입한 나라 중 하나다. , 현대 근간이 되고 있는 이 모든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런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지금도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낼 경우 인종주의자로 찍혀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지라도 속으로는 그들이 가장 우월하고 그들이 아닌 다른 나라의 유색인종은 그들을 상대적으로 높여주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런 모습은 그들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데 주저하고 있는 모습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영국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만, 지금 세계는 영어가 공용어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고, 영국인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어떠한 동기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 나라만 봐도 영어를 배워 어떻게든 그들과 한마디 말하고 들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 영국인들은 가만히 있더라도 영어 좀 가르쳐 달라고 달라붙는 다른 나라의 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많다는 얘기다. 당연히 영국인들의 우월주의는 이런 식으로 더욱 확고해졌고 다른 나라의 위치쯤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보기술의 발달이다. 요즘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어떤 정보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길 가다 궁금하면 잠깐 멈춰 서서 스마트폰을 두드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급하게 필요하지 않는 경우라면 굳이 다른 나라의 위치까지 알 필요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 지정학적 위치가 영국인에게 급하게 필요한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의 위치를 급하게 찾았더라도 그것을 꼭 기억할 필요도 없다. 잊어버리면 또 손 위의 스크린을 두드려 쉽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구글에 검색하더라도 0.3초 안에 우리 나라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뇌를 굴려 이리저리 고민하면 시간낭비인 시대인 것이다.

 

심지어, 우리 나라의 ,고등 그리고 대학생들도 영국의 위치 혹은 미국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그들은 학교 공부를 통해서 혹은 그냥 그 나라에 관심이 있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영국 축구가 좋아서, 미국 팝송이 좋아서 아는 경우도 간과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에 대한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런 문화적인 면 뿐만 아니라 교육 방식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학생들은 외우는 것을 싫어한다. 학교에서 외우라고 시키지도 않을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외우는 것은 그야말로 창의력을 죽이는 일이라고 여긴다. 세계 지리 시간에 지구본을 가지고 세계 공부를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 나라 위치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나라라고 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창의력이 생기지 않기에 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들은 외우는 대신 라는 의문문을 가지고 토론을 하기 좋아한다.  

 

 

반면, 우리 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혹은 그 전부터 외우기 시작한다. 가장 처음으로 외우는 것이 바로 구구단. 구구단을 외우면서 학생들은 외우는 것이 공부의 능사라는 것을 깨닫는다. 외국어를 어렸을 때 배워 몸으로 습득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처럼 구구단을 외우면서 구구단이란 지식뿐만 아니라 암기 그 자체를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 고등학교 때에도 외우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에 외우는 것은 전통적인 우리 나라 교육 방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영국 혹은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자연스레 뇌의 한 부분에 저장된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영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모르면 괜히 열 받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올림픽을 치뤘고, 월드컵을 치뤘다고 말해도 소용없는 일인데, 그들에게 설명하려 애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를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인데,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우리 나라 사람들이 평균 IQ도 그들보다 높듯이, 스스로 그들보다 우리들이 약간 더 똑똑하다고 여기면 그만이다. 너무 그렇게 닥달하면 오히려 열등감의 표출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