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복권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연금 복권이란 이름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처럼 매달 당첨금이 주어지는 것이 이 복권의 가장 큰 특징이다. 1등은 매주 2명으로 정해져 있고, 당첨 금액은 각각 총 12억원이 주어진다. 하지만, 경제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이 연금 복권이 당첨금에 있어 왜 로또보다 불리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먼저, 연금 복권은 매달 500만원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는 매달 상승한다. 특히, 요즘은 물가 상승률이 아주 높다. 500만원(실수령액 390만원)을 매달 받는다면, 매달 받을 때마다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만약 첫 달에 당첨금 500만원을 주고, 물가상승률만큼의 돈을 더해 다음달에 준다면 이 연금 복권은 그야말로 경제학적으로 최고의 복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금 복권은 가장 큰 오류를 저질렀다. 물가 상승률을 완전히 무시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20년 뒤에 받는 500만원의 가치가 경제 상황에 따라 100만원도 안 될 수도 있다.
당첨금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해 보자. 광고대로 하면 1등 당첨자는 500만원을 20년동안 받는다. 하지만, 매달 세금을 떼고 나면 390만원 정도다. 즉, 390만원을 매달 20년동안 받는다는 말이다.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엑셀이든 재무계산기든 이용해보면 좋다. 지금 내 앞의 재무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연금 복권의 현재 가치는 6억원(정확히 5억9천만원정도)도 채 되지 않는다. (계산방법: N=240 I=5%/12=0.416666 PMT=-3900000 PV=?, 연물가상승률 5% 적용) 광고에는 20년 동안 12억원을 연금식으로 지급한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결국 당첨자에게는 그 반 정도인 6억원의 가치만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기존 로또에서는 당첨금 모두를 일시불로 지불했지만, 연금 복권은 당첨자 두 명에게 달마다 500만원만 주면 된다. 결국, 매주 대부분의 연금 복권의 판매 금액은 정부의 창고에 쌓아 둘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그 돈을 관리 명목으로 보관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투자를 하거나 재정 재원 마련에 쓰고, 1등 당첨자들에게는 500만원만 주면 된다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거액의 로또 당첨금을 순식간에 탕진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법이라지만, 모든 사람들이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즉, 지금 당장 목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당첨자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당첨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본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돈이 새 나가는 걸 보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계산했듯이, 500만원 당첨금은 그 가치가 계속 줄어들고, 연 5%의 물가상승률로 계산했을 때는 12억원의 돈의 가치가 겨우 6억원 정도로 크게 준다. 이것은 정부가 당첨금을 보관하면서 이자 지급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연금 복권에 당첨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첨금을 정부에게 무상으로 대출해준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그만한 돈을 무상으로 대출해 주는 곳은 없다!
이렇게 문제는 당첨된 순간 그 당첨 금액은 당첨자의 것인데, 당첨자에게 이자도 내지 않고 쓰고 있는 정부다. 이것은 방법만 달랐지, 정부는 내 돈을 강탈해 가는 것이고, 나는 내 돈이면서 돈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과 같다. 자기 돈의 가치가 무상 대출로 12억에서 6억으로 줄어드는 동안 당첨자들은 정작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부모 앞에서 과자를 먹고 싶어 애처롭게 쳐다보는 꼬마이이처럼, 정부가 당첨금을 되돌려 주기만을 애처롭게 매달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먹을 과자인 것처럼 자기 돈이면서 괜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 매달 500만원의 당첨금이 아니라 매달 500만원에다가 물가상승률 그리고 이자율을 더해 줘도 모자를 판에 여기다 세금까지 떼서 390만원만 주고 있다. 그리고, 20년동안 12억원을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얼핏 보면, 기존 로또보다 당첨 확률도 높고 해서 국민들이 혹해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연금 복권은 결국 국민의 돈을 가로채서 정부 세수만 높이겠다는 못된 놀부 심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의혹만 더해가는 연금 복권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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