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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어정쩡한 카투사,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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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로 군대 복무를 하는 것은 어쩌면 혜택일 수도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카투사들의 생활이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보직이 맞지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재보직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선후임간에 마음이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선임이 잘못이건 후임이 잘못이건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에 문제가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여기서 다 언급하기엔 어렵지만, 여느 한국 군대처럼 문제가 많이 생긴다.

또, 카투사 복무상 미군과 생활하면서 한국군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고충도 생겨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생활 문화가 다른 미군이고, 또 한국 문화에 적응 못하는 미군일 경우 맨날 붙어 다니며 일하는 경우 큰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그저 미군 입장에서 이해하고, 인내하며 군생활을 해야 한다. 물론, 위에서 말한 재보직도 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유 시간이 많은 카투사이기에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지만, 그 개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카투사 복무에 명암이 갈린다. 개인 시간을 통해, 홀로 책상에 앉아 자기 공부할 것 하고, 책도 읽고 하면 물론 자기 계발에 좋다. 하지만, 그런 생활 패턴이 계속될 경우 군대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 함양은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카투사들은 지금 어정쩡하게 자기 시간도 갖고, 단체 생활도 동시에 하려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다. 그런데,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 단체생활로 보이지만, 카투사 생활은 무늬만 단체 생활인 곳도 많다. 우선, 방을 홀로 쓰는 경우도 많고, 많아야 두 세명과 같이 쓰기 때문에, 자유 시간을 같이 보내는 부대원도 몇 명으로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일부는 무늬만 같은 부대 패치를 붙이고 다니지만, 얼굴도 모르고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는 경우까지 있다. 살다 보면 알겠지만, 왠지 학교 기숙사 같은 분위기다.

그렇기에 카투사 복무는 일반 육해공군에서 느끼는 단체생활에서 오는 사회적 성취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카투사 제도가 생긴 6.25 전쟁 이후에도 카투사 전우회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다른 군보다도 미약하지 않나 싶다.
 
물론, 위에서 말한 내용이 모든 카투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 생활이 생명인 부대도 있을 것이고, 모든 카투사끼리는 물론 미군과도 끈끈한 우정을 발휘하는 부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말하고 싶다.

카투사 입대해서 방에 틀어 박혀 고시 공부, 자격증 공부, 영어 공부, 심지어 학교 공부에 몰두하는 병사가 부지기수다. 카투사 복무는 그저 복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그런 곳으로 전락되고 있고, 처음 자대 배치 받은 새내기 카투사들은 첫 몇 달 동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특히 공부를 하지 못해 불만이 커지고, 또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카투사,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뜻대로, 완벽히 행하기엔 제약이 많은 곳, 즉 어정쩡한 곳이다. 군대긴 군대이기 때문에, 자기 일을 하다가도 군대에서 갑자기 시킨 일이 있다면, 하던 일 멈추고 시킨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할 일을 강제적으로 멈췄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에서 불만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좋아 카투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또한 아주 어정쩡하기 그지 없다. 카투사끼리는 우리 나라 말 쓰다가 미군이 대화에 낄 경우 영어를 써야 되는데, 만약 카투사와 미군이 동시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이지 고민이 된다. 만약, 그 옆의 카투사가 자기보다 선임이면, 당연히 한국말을 써야겠지만, 같이 듣는 미군은 기분이 언짢아 진다. 특히, 미군이랑 먼저 대화하고 있었다면, 그 미군은 자기 대화가 아무런 통보없이 끊기게 된 것이고, 자기를 무시했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사실, 내 유학 경험상 애초에 한국말과 영어를 같이 써야 되는 환경이라면, 영어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되기에 영어 회화를 위해 카투사에 온다는 것 자체는 정말 비추다. 이건 미국 LA 한인 타운이나 런던 뉴몰든 한인타운에서 영어 배우는 것이랑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카투사는 미군과 한국군에 사이게 낀 군인으로서 그 존재부터가 어정쩡하기에 이곳저곳 눈치를 보는 생활이 2년 정도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나도 카투사 입대한지 1년여 정도 지나가는데, 카투사 오면서 느낀 것은 눈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어정쩡한 생활 속에 느껴지는 뭔지 모를 환멸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카투사에 지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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