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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약국에서 두통약을 사도 아무 설명 안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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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일부 의약품의 편의점 및 슈퍼 판매를 두고 온 나라가 한바탕 시끄러웠다. 지금은 많이 조용해졌는데, 다행히도 일부 의약품이 곧 약국이 아닌 편의점 등지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약국에서 약을 살 때마다 그래야 한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두통약을 사도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도 않으면서 약사 가운을 입고 있으니, 차라리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판매를 해서 편의성을 보다 높이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약사의 사회적 위상 변화

 

의약품이 약국이 아닌 슈퍼 판매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만 봐도 달라진 약사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또,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은 인터넷을 통해 무한한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아직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한번 조선시대로 되돌아가 보자.

 

조선시대에도 약사들은 있었다. 약을 다루는 관리도 있었고, 민간에도 존재했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허준일 것이다. 허준은 어떻게 보면 조선시대 최고 약사라고 불릴 만 했다. 그리고, 당연히 서민들은 몸이 아프면 허준과 같은 약사에게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았다. 오직 허준 같은 약사들만이 어떤 질병에 어떤 약 혹은 어떤 약효가 효과가 있는지 알려줄 수 있었고, 사람들은 이들을 지식인으로 우러러 보며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약사들의 위상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임금님도 아프면, 약사를 불러 병을 고쳤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약사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몸이 아프면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그리고, 진료를 받은 후 우리들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제출한다. 제출하면 약사는 언제 먹어야 하는지 하루 몇 번 먹어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물론, 그 설명은 약 겉표지에 잘 나와 있는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준 것뿐이다. 장님이 아니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말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는 약사들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시대 허준처럼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병원에서 약을 타면, 약을 받는 장소로만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병원 처방전이 아니라면 기타 다른 약 가령, 두통약,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파스 등을 살 때에는 아무 설명조차 없다. 위에서 말했듯이, 얼마전에 두통약을 산 적이 있었는데, 역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약사는 그저 돈을 받고 약이 있는 선반에서 약을 꺼내 건네주기만 하는 역할만 한다. 마치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면,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골라 주는 것처럼 단순한 일만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명망 높은 약사가 오늘날 이렇게 단순 노동자로 전락한 이유는 바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다. 사람들은 어디 아프면, 어떤 약을 먹어야 할 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아픈 부위가 있다면, 그 증상에 맞는 약이 검색되고, 약 이름 혹은 제조회사만 검색해도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초에 약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쩌면, 약사들보다 약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알 수도 있다. 인터넷에는 우리 나라 자료뿐만 아니라 외국 자료도 찾아볼 수 있기에 해당 약이 수입된 것이라면 약사보다 더 잘 아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슈퍼에서 약을 팔아도 괜찮은 이유

 

슈퍼 및 편의점에서 의약품 판매 논란이 있었을 때, 약사들이 이에 반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약의 안전성 때문이었다. 슈퍼에서 약을 쉽게 사는 편의는 약의 안전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편의성과 안전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제는 편의성도 높이는 동시에 안전성도 어느 정도 취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사람들은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니면, 약 겉 표지에 써 있는 설명 및 복용 방법을 봐도 된다. 요즘 사람들은 무릎이 아픈데, 두통약을 사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또, 소화가 안되는데, 두통약을 사는 경우도 희박하며, 열이 나고 있는데, 비타민을 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약을 사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제약회사의 광고를 보고 약을 사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라고 노래하는 로 시작하는 약이다. 사람들은 이런 광고에 중독되어 어느 순간부터 간이 아프면 혹은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그 약만 찾는다. 다른 약은 안중에도 없으며, 다소 폐쇄적이고 무의식적인 이런 약의 선택에 약사가 애초에 끼어들 공간은 없는 것이다. 피로해서 로 시작하는 약을 사는데, 약국이라서 안전성이 높고 슈퍼라고 안전성이 낮은 것은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이제 인터넷을 넘어 스마트기기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미 우리 나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80%라고 하며, 그 안의 어플 내지 수많은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시중에 나오지는 않은 것 같지만, 조만간 약 겉 표지의 사진을 찍으면 해당 약에 대한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어플 내지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이것을 앱으로 만들어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그냥 해도 좋다. 만약 이미 하고 있다면, 그 사업이 잘 되길 나도 응원하겠다) 마치 스마트폰으로 와인 표지를 찍으면 와인의 정보가 나오는 것처럼 혹은 지하철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QR 코드처럼 약의 겉 표지에도 QR 코드가 있어 약의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보다 스마트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약의 정보를 약사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약사도 스마트폰으로 약 겉 표지의 사진을 찍어보라고 말하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끝맺음말.

 

이런 사회 변화를 예상해 볼 때, 약국과 약사는 필요 없다. 대형 병원에 종속되어 혹은 병원 근처에 약국이 운영될 수는 있겠지만, 일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약국은 모두 편의점 내지는 슈퍼로 대체해도 괜찮은 것이다. 당연히,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도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 지금도 약사는 약을 건네주는 역할만 하기에 그저 편의점 직원 정도면 적당하다. 물론, 병원에 종속되어 있는 약국인 경우 약사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큰 병원 근처 약국인 경우 단순 감기, 소화불량, 근육통 등이 아닌 보다 심각한 질병 내지는 증상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근처의 약국이 여전할지라도, 지금 약국에서 두통약을 사도 아무 설명 안하는 것만 봐도 우리 나라 약국은 그 위상이 예전만큼 못한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즉, 약국과 약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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