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스튜어디스 일을 하는 친구가 몇 명 있다. 이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내려고 한다. 물론, 여기 쓰여진 말이 모든 스튜어디스를 대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 반대하는 스튜어디스가 있다면 당당히 아래 댓글로 표현해도 좋다. 그럼 시작한다.
해외 여행 혹은 국내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탄다. 처음 비행기에 탑승을 하면 비행기 입구에서 스튜어디스는 승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들은 한명 한명에게 모두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한다. 한 비행기에 400명 가량이 타는데, 이 400명에게 모두 인사를 하는 것이다. 또, 자리를 찾지 못하는 승객에게 자리의 위치까지 알려준다. 하지만, 스튜어디스의 미소와 인사는 거짓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겉으로는 비행기에 탄 손님을 마치 집에 놀러 온 친척들처럼 반갑게 맞이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비행기 탔으면 빨리 자리에 앉아’라는 것이다.
스튜어디스의 바람대로,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종종 좌석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비행기 표를 예약했는데 자리가 없는 황당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 스튜어디스는 승객의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곧바로 자리를 비즈니스 클래스나 1등급으로 옮겨준다. 그런데, 이런 좌석 변경은 스튜어디스 재량으로도 이뤄진다. 가령, 앞의 아기가 울거나 옆 사람이 너무 뚱뚱해 좌석이 좁을 경우에도 상부에 일정 양식의 리포트를 제출하고 좌석을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튜어디스는 이렇게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줄 때 옷을 잘 입고 깔끔한 사람 위주로 선별해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이는 이미 비즈니스나 1등급에 탑승한 사람들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항에 갈 때 패션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깔끔해 보이거나 명품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우연치 않게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종종 좌석 변경에 스튜어디스의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게 친절한 미소로서 대해주는 사람, 키가 큰 사람 또는 임신한 사람 (이것은 자신이 임신했을 때 힘들었다는 생각 때문) 위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것을 악용할 때 생긴다. 종종 스튜어디스의 친인척, 친구들에게 좌석 업그레이드를 재량으로 시켜주는 것이다. 특히, 친구의 부탁으로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친인척인 경우 비행기 표 자체를 할인 받기에 좌석 업그레이드까지 바라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친구인 경우 회사에서 친구인지 아닌지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튜어디스와 친구 사이만 아는 비밀이 생기는 것이며, 다른 승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제 비행기에 모두 탑승하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 이제 스튜어디스들은 안전 수칙을 알려준 후 음식 서빙을 한다. 그런데, 스튜어디스가 서빙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다.
커피는 각성제다. 그리고, 보통 커피는 잠을 쫓기 위해 마신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잠을 쫓고 어떤 일에 집중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스튜디어스 입장에서 보면 승객이 잠을 자고 있을 때 가장 편하다. 이것 저것 심부름을 시키거나 물어보지 않아서 편한 것이다. 따라서, 커피를 서빙해서 괜히 승객의 잠을 깨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스튜어디스가 많다. 졸음을 쫓으려 커피 마시지 말고, 차라리 ‘졸리면 그냥 자’라고 하는 것이 스튜어디스의 속마음인 것이다.
또, 만약 승객들의 비행기 탑승 시간이 야간이라고 하자. 흔히 말하는 야간 비행인 것이다. 창문을 열어둬도 어두운 야간 비행 때 스튜어디스는 일부러 음식 서빙 시간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 최대한 많은 승객들이 잠을 자도록 해서 최대한 적은 사람에게 음식 서빙을 하기 위함이다. 더 적은 음식 서빙을 할 때 스튜어디스가 편한 것이 당연한 것이며, 거의 대부분의 스튜어디스가 이러한 생각을 한다.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승객들은 자리에 일어나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스튜어디스가 원하는 승객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자는 사람이지만, 종종 청개구리처럼 (스튜어디스 입장에서) 반대로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승객이 있다. 스튜어디스는 이들이 가장 신경 쓰인다. 자리가 불편해 앉길 꺼리는 승객들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데, 종종 스튜어디스만의 공간에 불쑥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러한 것을 ‘침범’이라고 부르며, 스튜어디스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승객들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고 싶다. 침범당하면 웃으면서 응대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화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륙 후 스튜어디스가 가장 싫어하는 승객은 바로 신문이나 노트북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다. 이들은 이미 화장실을 오래 점유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화장실에 앉아 볼 일을 보면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그 ‘볼 일’에 집중하기 보다 다른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럴 경우 다른 승객과의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런 일 자체가 생기게 되면 승객들은 스튜어디스를 찾아가서 귀찮게 한다.
스튜어디스 입장에서 화장실에 사람이 너무 오래 있다고 자신에게 보고하는 승객만큼 짜증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스튜어디스가 화장실 문을 노크하면서 빨리 나오라고 할 때, 스튜어디스 표정을 보면 정말 싫어하는 표정이다. 물론, 화장실에 들어가서 오래 머무는 사람 때문에 생기는 분노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튜어디스를 찾아와 컴플레인 하는 사람 때문에 생기는 분노가 더 큰 것이다. 즉, 스튜어디스 입장은 화장실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리는 사람이 그냥 알아서 노크를 하거나 나올 때까지 기다렸으면 하는 것이 스튜어디스들의 속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