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영국 영어

베컴의 런던 토박이 영어와 미국 영어, 그 미묘한 차이

반응형
런던에는 많은 영어로 의사 소통이 이뤄집니다. 그 중 코크니(Cockney)는 런던 동부 지역에서 많이 듣게 되는 영어 사투리죠. 보통, 런던 전역에서 많이 쓰이고, 또 런던 유학생들이 보통 접하는 에스츄어리 영어(Estuary English, 영국 동남쪽 영어, 듣기에 가장 무난한 영국 영어)보다 그 억양과 발음이 현저히 다릅니다. 즉, 이 EE는 어떻게 보면, RP와 코크니의 중간 단계에 있는 영국 영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코크니를 접한 것은 런던에서 하숙을 할 때였습니다. 집주인이 마룻 바닥을 고치기 위해 인부를 불렀는데, 그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말투가 코크니였더군요. 코크니 말투는 뭔지 모르게 좀 시끄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뭔 일인가 방에서 나와 보니, 집주인 아줌마와 백인 인부가 대화를 나누고 있더군요.

암튼, 코크니의 말투는 어떻게 보면,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영어처럼 들릴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영국에 처음 온 유학생이면요. 위에서 말한 에스츄어리 영어만 듣다가 조금 억양이 다르고, 발음이 이상하면, 이거 코크니 발음인가 보면,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영어인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지금은 코크니 발음이 아주 익숙합니다. 그 때 집 고치는 인부와 얘기를 종종 나눈 덕도 있겠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한 저로서는 항상 코크니 발음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바로, 영국인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영국에서 항상 TV를 틀면, 베컴은 단골 손님으로 나왔습니다. 잉글랜드 국가 대표 주장이었을 때에도 경기 전 항상 대표팀에 대해 이것저것 말하고, 이적할 때마다 이적 소감 말하는 등 항상 그의 말투를 들을 수가 있었죠. 저는 유학생답게 그의 말투를 들으며, 영어 공부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습니다.

베컴도 코크니 영어를 구사합니다. 집 마룻바닥을 고치는 인부보다는 좀 조용한 편이지만, 잘 들어보면 코크니임에 분명하죠. 요새는 미국 물도 좀 먹었고, 좀 연륜이 쌓이다 보니 일부러 영어를 고급스럽게 사용하며 코크니 영어를 안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컴은 런던 동쪽 레이톤스톤(Leytonstone)이란 코크니 지방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코크니 영어는 런던의 노동자 계층이 쓰는 말입니다. 아쉽게도 영국 영어는 계층이 나뉘어져 있죠. 그래서, 요즘은 코크니 영어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화이트 칼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에는 에스츄어리 영어 등으로 새로 영어를 배웁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서울 말이 고지식 해보인다고 해서 사투리를 안 쓰고 서울 말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코크니 영어를 자랑스러워 하며 계속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죠. 



베컴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나가서 인터뷰하는 내용입니다. 미국으로 축구를 하러 온 이유, 잉글랜드에서 한 때 역적으로 몰렸던 일 등을 얘기하는 군요. 당연히, 미국인인 엘렌과 베컴의 억양과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6분 45초 쯤에 보면, 'better'라는 같은 단어를 말하는데, 베컴은 '베터', 엘렌은 '베러'라고 발음하죠. 사실, 베컴의 영어가 진정한 코크니 영어라고 한다면, 'better'가 '베으어'에 가깝게 들려야 할 것인데, 일부러 그렇게 발음하지 않으려고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영국에서 '축구'라는 단어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대화 도중 풋볼과 사커라는 의미 충돌도 자주 보입니다. 베컴이 스스로 여기가 미국임을 인식할 때면, 사커라고 말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대화 나중 부분에는 은연 중 그냥 풋볼이라고 말할 때도 있네요. 첫 부분에서 베컴은 사커 슈즈(Soccer shoes)라고 하면서 엘렌한테 선물을 건네는데, 여기가 영국이었더라면, 풋볼 부츠(Football boots)라고 했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베컴이 미국에서 미국 청중을 최대한 고려하려고 연습했었을 것 같은 예감이네요.

코크니 영어에 대해 좀 더 살펴 보면, 위에서 'better'를 예를 든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영국 영어, 즉 에스츄어리 영어와는 좀 다릅니다. 영국 영어는 미국 영어와는 달리 't'발음을 강하게 내는 데 반해 코크니는 거의 발음을 하지 않죠. 'water' 'centre' 등도 각각 '워어' '센어'와 비슷하게 발음하죠. 주의할 점은 '워~어'가 아닌 끊어서 '워/어'로 발음한다는 것입니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포스팅이 맘에 드셨다면, 추천을,
그저 그랬다면, 아낌없는 격려를,
형편 없었다면,  거침없는 태클을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에핑그린입니다.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는 희한하고도 재밌는 최신 소식(런던★영국 이슈), 런던의 명소, 거리, 공원 등 여행 소개(던★영국 여행), 런던 적응기, 런던 유학 생활 등 유학 생활에 관한 개인적이지만 도움될 만한 이야기 소개(런던★영국 생활), 영국 생활에 관한 나의 자서전적인 일기인 (런던★영국 일기), 프리미어리그를 직접 관람한 이야기, 영국 축구장 방문기, 사진 그리고 뉴스(국★프리미어리그),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했던 영국 대학교의 모든 것(영국★대학교), 영국 경제와 사회를 바탕으로 한 한국 경제, 사회에 대한 나의 코멘트와 진단(영국★한국 경제, 영국★한국 사회) 그 외 카투사, 일상, IT 등에 관한 제 생각을 적어낼 것입니다.

기타 의견이나 질문 있으시면 제 방명록이나 제 이메일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런던을 비롯 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에핑그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메일 주소: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