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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축구의 명칭을 두고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전에 저도 왜 CNN을 틀면 축구를 사커(Soccer)라고 부르고, BBC를 보면 풋볼(Football)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으니...
지금은 옛날 얘기지만, 아직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시작합니다.
사커가 뭐야? 영국인들의 생각은?
영국에 있는 동안 축구를 많이 보러 다녔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런던에서 벌어지는 국가별 친선 경기 등 축구가 좋아 시간이 나면 그냥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설프게 생긴 동양인이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희한(?)하게 여긴 한 영국 축구 팬과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데이비드 베컴이 한창 스페인에서 미국 MLS의 LA갤럭시로 이적할 때 쯤이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난 베컴에게 행운을 빌어. 거의 20년 동안 축구(Football)만 하다가 이제 곧 미국가서 사커(Soccer)를 할 거잖아. 조만간 베컴은 공을 들고 뛰게될 거야"라면서, 베컴이 미국 건너가서 다른 스포츠를 하러 간다는 식으로 미국에서 축구가 사커라고 불리는 것을 비꼬았다. 최근 있었던 잉글랜드와 미국과의 월드컵 C조 조별 예선 경기를 앞두고 영국 유명 타블로이드 선(The Sun)지는 이런 영국인들을 대변하듯, 미국 스포츠에서 빅매치나 결승전을 지칭하는 World Series를 붙여 두 나라간 경기를 미국에선 "Soccerball World Series"라고 부를 것이라고 비꼰적도 있었다.
또, 이어지는 말에 그 친구는 왜 미국에서 축구가 풋볼이 아닌 사커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설명해 나갔다. 그 친구 말을 정리하자면, "난 왜 미국 럭비가 풋볼이라고 불리는지 전혀 이해가 안돼. 발로 공을 차니까 축구는 풋볼(Foot + Ball)이 맞지만, 미국 럭비는 공을 손에 들고 뛰는거잖아. 차라리 풋볼보다는 핸드볼(Hand + Ball)이 더 어울리지 않아?"
위 질문을 받았을 때, 이 친구의 논리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한동안 하늘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했었다. 그럼 기존의 핸드볼(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나오는...)은 스로우볼(Throw Ball)이라고 해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영국 사람들의 생각도 이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영국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축구를 풋볼로 부르던 것을 미국이란 나라가 갑자기(영국인들 입장에서...) 나타나서 사커라고 부르는 걸 자기 것에 대한 일종의 문화적 거부라고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김치를 일본 사람들이 기무치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누가 가만히 있으랴.
사커란 말은 정말 미국에서 유래되었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커(Soccer)라는 말의 유래는 영국으로부터 나왔고, 또, 영국에서도 예전부터 사커란 말이 풋볼만큼 많이 쓰인 말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사커란 명칭은 미국에서 그들만의 축구를 색다르게 부르기 위해 창조된 말이 아닌 예전 영국에서 쓰였던 명칭을 단순히 빌려와서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가 거만(?)해서 축구를 풋볼이라 말하지 않고, 사커라고 명명하려고 한다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근거가 없는 말인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도 이것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위에서 말한 친구도 아마 이와 같은 부류가 아닐까.
그럼 사커란 말은 어디에서 왔나?
1863년 기록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풋볼(Football)과 더불어 협회 풋볼(association football)도 축구를 의미했고, 현재 럭비에 해당하는 스포츠는 럭비 풋볼(rugby football)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축구라는 단어를 말할 때 'association'에다 '-er'을 붙여 'ASOCcer'라고 부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soccer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 단어가 미국으로 건너가 오늘날 축구의 다른 말 '사커'가 된 것이다.
영국이 사커란 말에 과민반응하는 이유는?
사실, 영국이 정말 신경쓰는 부분은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강해 먼 훗날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축구를 사커라고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영국보다 미국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는 우리 나라만 봐도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사람보다 사커라는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지금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인기가 미국의 메이저 사커 리그보다 인기보다 많아 아직 그럴 가능성이 거의 제로지만, 지금 미국의 축구 인기가 보슬비에 가랑비 젖듯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에 영국은 지금 사커란 말의 대중화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축구 종주국의 입장에서 아주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김치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무치라 부르면 우리 나라 사람 누가 기분 좋아할까. 최근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호주 축구 협회가 축구를 풋볼로만 지칭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사커란 말의 대중화를 미리 억제하려는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유래되어 어떻게 보면 '풋볼'과 '사커'는 똑같은 뿌리에서 나온 축구란 뜻의 용어지만, 영국은 괜히 사커란 용어에 대해서만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금은 옛날 얘기지만, 아직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시작합니다.
사커가 뭐야? 영국인들의 생각은?
영국에 있는 동안 축구를 많이 보러 다녔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런던에서 벌어지는 국가별 친선 경기 등 축구가 좋아 시간이 나면 그냥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설프게 생긴 동양인이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희한(?)하게 여긴 한 영국 축구 팬과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데이비드 베컴이 한창 스페인에서 미국 MLS의 LA갤럭시로 이적할 때 쯤이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난 베컴에게 행운을 빌어. 거의 20년 동안 축구(Football)만 하다가 이제 곧 미국가서 사커(Soccer)를 할 거잖아. 조만간 베컴은 공을 들고 뛰게될 거야"라면서, 베컴이 미국 건너가서 다른 스포츠를 하러 간다는 식으로 미국에서 축구가 사커라고 불리는 것을 비꼬았다. 최근 있었던 잉글랜드와 미국과의 월드컵 C조 조별 예선 경기를 앞두고 영국 유명 타블로이드 선(The Sun)지는 이런 영국인들을 대변하듯, 미국 스포츠에서 빅매치나 결승전을 지칭하는 World Series를 붙여 두 나라간 경기를 미국에선 "Soccerball World Series"라고 부를 것이라고 비꼰적도 있었다.
또, 이어지는 말에 그 친구는 왜 미국에서 축구가 풋볼이 아닌 사커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설명해 나갔다. 그 친구 말을 정리하자면, "난 왜 미국 럭비가 풋볼이라고 불리는지 전혀 이해가 안돼. 발로 공을 차니까 축구는 풋볼(Foot + Ball)이 맞지만, 미국 럭비는 공을 손에 들고 뛰는거잖아. 차라리 풋볼보다는 핸드볼(Hand + Ball)이 더 어울리지 않아?"
위 질문을 받았을 때, 이 친구의 논리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한동안 하늘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했었다. 그럼 기존의 핸드볼(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나오는...)은 스로우볼(Throw Ball)이라고 해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영국 사람들의 생각도 이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영국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축구를 풋볼로 부르던 것을 미국이란 나라가 갑자기(영국인들 입장에서...) 나타나서 사커라고 부르는 걸 자기 것에 대한 일종의 문화적 거부라고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김치를 일본 사람들이 기무치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누가 가만히 있으랴.
사커란 말은 정말 미국에서 유래되었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커(Soccer)라는 말의 유래는 영국으로부터 나왔고, 또, 영국에서도 예전부터 사커란 말이 풋볼만큼 많이 쓰인 말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사커란 명칭은 미국에서 그들만의 축구를 색다르게 부르기 위해 창조된 말이 아닌 예전 영국에서 쓰였던 명칭을 단순히 빌려와서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가 거만(?)해서 축구를 풋볼이라 말하지 않고, 사커라고 명명하려고 한다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근거가 없는 말인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도 이것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위에서 말한 친구도 아마 이와 같은 부류가 아닐까.
그럼 사커란 말은 어디에서 왔나?
1863년 기록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풋볼(Football)과 더불어 협회 풋볼(association football)도 축구를 의미했고, 현재 럭비에 해당하는 스포츠는 럭비 풋볼(rugby football)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축구라는 단어를 말할 때 'association'에다 '-er'을 붙여 'ASOCcer'라고 부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soccer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 단어가 미국으로 건너가 오늘날 축구의 다른 말 '사커'가 된 것이다.
영국이 사커란 말에 과민반응하는 이유는?
사실, 영국이 정말 신경쓰는 부분은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강해 먼 훗날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축구를 사커라고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영국보다 미국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는 우리 나라만 봐도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사람보다 사커라는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지금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인기가 미국의 메이저 사커 리그보다 인기보다 많아 아직 그럴 가능성이 거의 제로지만, 지금 미국의 축구 인기가 보슬비에 가랑비 젖듯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에 영국은 지금 사커란 말의 대중화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축구 종주국의 입장에서 아주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김치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무치라 부르면 우리 나라 사람 누가 기분 좋아할까. 최근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호주 축구 협회가 축구를 풋볼로만 지칭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사커란 말의 대중화를 미리 억제하려는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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