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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유맨' 게리 네빌이 맨유를 너무 사랑해서 벌어진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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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기의 아이들 중 한 명인 게리 네빌(Gary Neville)이 은퇴를 했다. 박지성의 은퇴 발표의 아쉬움도 잠시 네빌도 은퇴를 발표했다. 퍼거슨 감독이 시즌 끝나고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은퇴를 하라고 했지만, 네빌은 승객이 되긴 싫었다며 이런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졌다.

내가 네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뼛 속까지 맨유맨이기 때문이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밖에 모른다. 최근 리버풀을 떠나 거액의 이적료로 첼시로 새둥지를 튼 토레스도 언제까지든 리버풀맨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만큼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클럽에 오랫동안 있기도 힘들다. 네빌은 맨유에서만 20년을 뛰었다.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때 첼시에 밀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쳐도 그는 변함없이 맨유맨이었다. 자부심, 맨유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맨유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사랑의 표출 방식이 너무 과격했던 것이다. 격렬한 경기만큼 사랑의 표현도 과격해서 그는 운동장에서 뛰건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건 심지어 경기가 없는 날 언론을 통해서 맨유에 대한 사랑을 맘껏 드러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의 사랑 표출 방식은 종종 맨유의 최대 라이벌, 리버풀을 비난함으로써 완성되었다.

네빌은 언론에 "난 리버풀이 싫다. 리버풀 사람도 싫고, 리버풀과 관계된 모든 것들이 싫다(I can't stand Liverpool, I can't stand Liverpool people, I can't stand anything to do with them)"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종종 만나는 리버풀맨 스티븐 제라드와 말도 안한다. 오죽하면 그라운드의 악동, 웨인 루니(루니는 리버풀에서 출생)가 이 둘을 중재하려고 노력했을까.

그럼 한번 네빌의 맨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너무 격해서 벌어진 세가지 사건을 살펴보자.
1. 2006년 리버풀와의 경기
보통 골을 넣으면 원정팬(원정경기를 보러 온 팬들)들 앞으로 달려가서 세레모니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날 맨유는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그것도 골도 직접 넣지도 않은 네빌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경기 종료 직전에 리오 퍼디난드의 골로 3대2 역전승이 결정되자마자 네빌은 팀원들과의 세레모니를 무시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리버풀 팬들 앞에서 홀로 유니폼 뱃지에 키스하고, 소리지르는 등 '나홀로' 세레모니를 했다. 얼굴 표현도 과격했고, 몸짓도 과격했다. 나도 그 때 일이 기억나는데, 순간 카메라도 그를 놓쳤던 걸로 기억한다. 리버풀에 대한 적개심이 너무 커서, 맨유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발생한 일이다. 결국, 네빌은 영국 FA로부터 경고와 함께 5000파운드(약 1000만원)의 벌금을 냈다.


2. 2009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이번에는 지역 러비, 맨시티에 불똥이 튀었다. 부자구단으로 거듭난 뒤 유명 선수의 영입에 열을 올리던 맨시티를 보고 네빌은 아주 언짢았다. 맨체스터에 두 개의 축구클럽은 필요없다고, 한지붕 두 가족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맨체스터하면 맨유가 떠올라야 네빌은 편하게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었다. 2009년 리그 경기가 열렸다. 역시 경기는 치열했고, 마이클 오원의 종료 직전 골로 맨유가 4대3으로 이기게 되는데, 골을 넣을 때 네빌의 행동이 가관이었다. 당시 네빌은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오원의 골이 터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드라인에서 팀 동료들과 골 세레모니를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맨시 감독(맨유 전설 중 하나) 마크 휴즈 감독은 맨유벤치에서 '미친 X' 하나 튀어나온지 알았다고 밝혔으니, 네빌이 기뻤긴 엄청 기뻐했나 보다. 하지만, 네빌의 이날 과격한 사랑에 대해 결국 영국FA는 그에게 경고를 내렸다.


3. 2010 맨시티와 칼링컵(리그 컵) 경기
또, 맨시티에 불똥이 튀었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고 믿는 네빌에게 은퇴전까지 맨시티는 첼시보다 미웠다. 맨유는 2010시즌 칼링컵 준결승전에서 맨시티와 만나게 되는데, 네빌을 열받게 한 것은 바로 맨유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카를로스 테베즈. 테베즈는 전반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었고, 세레머니로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고 있던 네빌을 향해 검지를 입술에 대면서 조용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네빌은 경기전 언론을 통해 퍼거슨 감독이 테베즈를 보낸건 잘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네빌 역시 지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 그리고 맨유의 주장을 맡고 있는 네빌에 대한 모욕은 응징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예전 로이킨이 그랬듯이 팀의 주장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팀 전체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네빌은 바로 테베즈에게 손가락 욕을 날렸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약간 소심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국FA의 경고는 피했으니 그걸로 위안 삼았다.


맨유에 대한 다소 특별한 사랑표현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리 네빌. 이제 비록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너무 솔직해서 그리고 너무 맨유를 사랑했던 그의 축구 인생이 팬들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을 것이고, 또 그러길 바란다.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