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런던의 안전은 런던 경찰이 지킵니다. 런던 경찰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복잡한 시내. 옥스포드 스트리트, 리젠트 스트리트, 소호 등 언제나 북적거리는 존1에서 런던 경찰은 항상 순찰을 돌고 있죠. 언제부턴가 피카딜리 서커스에는 없던 작은 초소까지 세워놓았습니다.
또, 2005년쯤 런던에 테러가 발생할 날부터 경찰은 더 눈에 잘 띄게 되었습니다. 총리관저(Downing street) 주변에 경계가 심해졌고, 덩달아 주 관광코스인 트라팔가 광장부터 빅벤까지 순찰하는 경찰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죠. 이 때에는 큰 총을 들고 순찰을 돌았기에 다소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런던에서 보고 느낀 경찰은 단지 런던의 안전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순찰할 때도 짝을 지어 천천히 걸어 다니거나 말을 타고 다니기도 하죠. 순찰 다니는 경찰 모자는 위로 삐죽해 무거워 보이고, 눈에 확 띄는 형광색의 조끼나 윗옷을 입으며 ‘나 여기 있소’라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듯 합니다. 마치 런던 경찰이 도둑을 잡기 보다는 도둑질이라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기분이 들었죠. 솔직히, 제 생각에는 도둑을 잡으려면 한국처럼 몰래 잡아야 잘 잡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불법 유턴을 몰래 잡는 한국 교통경찰처럼…
이렇게 한국 경찰처럼 하지 않아서 그들이 진정 선진국이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런던 안전을 지킨다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의 경찰을, 그들은 런던의 또 다른 관광 아이템으로 바꾸어 놓은 사실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말을 타고 천천히 순찰하는 모습을 보면,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기 바쁘죠. 심지어는 말이 똥싸는 것도 찍습니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말 똥을 보기 쉽지 않으니까요.
또, 이들은 경찰이기 보다 런던을 소개하는 가이드 역할도 틈틈이 하기도 합니다. 관광객이 부탁하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길도 알려주고, 런던에서 찾기 힘든 화장실도 알려주고…시내에서 자주 보기 때문인지 한국 경찰보다 더 친근함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한국 군대보다 더한 기강이 느켜지죠. 그들의 말투나 언론에서 다뤄지는 경찰 관련 소식들을 보면, 여기 런던은 경찰이란 직업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되기 전 여왕에게 선서 같은 것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또한 조국에 대한 자신의 약속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말을 타기도 하고, 걸어서 순찰을 한다고 해서 런던이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런던 경찰차 내부는 종종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었고, 오토바이도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멋있게 생겼죠.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눈에 보이는 런던 경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경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영국에도 사복을 입은 경찰이 있죠. 제 친구가 흑인들과 큰 싸움이 났을 때, 그 싸움을 발견한 것은 우연히 그 지역을 순찰하던 사복 경찰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찰차(Police라고 크게 써 있는)를 타고 다니지도 않고, 그냥 보통 승용차를 타죠. 아주 좋지도, 그렇다고 아주 고물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닌 그냥 평범한 차를 타고 다닙니다. 어떤 사건이 터졌는지, 지붕에 사이렌만 붙이고 잽싸게 혼잡한 런던 시내를 누비는 보통 승용차는 99% 사복 경찰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친구 말로는 사복 경찰차 내부에도 무전 라디오 등의 최첨단 시스템이 갖추어 졌다고 하네요.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순찰을 도는 경찰들은 사복 경찰보다 우선 몸집이 커서 우둔해 보이고, 형광색의 눈에 띄는 옷을 입으며, 천천히 길을 걸어 다닐 뿐입니다. 따라서, 일종의 전시용이라고 친구와 함께 단정 내리기도 했죠. 군대에서 행사 뛰는 애들을 키 크고, 건장한 청년으로 뽑는 것처럼... 보통 영국 언론은 사복 경찰의 모습을 담지 않습니다. 자주 제가 접했던 신문에서 이들을 다룬 것은 거의 보지 못했죠. 형광색 옷의 경찰이 도둑, 강도를 잡고 하는 모습만 나올 뿐, 사복 경찰의 활약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들 런던 사복 경찰은 일종의 비밀경찰로서 런던의 안전을 지키는 숨은 공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