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달만 있으면 대학교는 새학기에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대학 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대학들이 얼마나 등록금을 인하하느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생색내기 식으로만 해결을 보려고 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율이 턱없이 낮은 것이다. 그리고, 일부 대학, 가령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아예 등록금 인하를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등록금을 낮춰도 학생들이 들어 오려고 줄을 서니, 굳이 낮출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루빨리 이들 학교도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압박을 하고 있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논쟁 속 잊혀진 대학의 궁극적인 목적.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런 등록금 논쟁 속에 대학이 본래 어떤 곳인지 간과하고 있다. 그럼 대학은 과연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대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고등교육을 베푸는 교육기관으로서,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
사전의 뜻을 보면 대학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지적으로 한단계 더 성숙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 특히 예비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은 대학을 그저 취업시켜주는 곳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마치 대학을 '취업 학원'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 스스로도 학생을 취업시키기 위한 곳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그들 스스로 다른 대학들보다 취업률이 높다는 것을 광고한다. 취업률을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들 스스로 학문 연구라는 본질적 임무를 벗어나 학생들을 모집하고, 이들을 졸업시키는 동시에 취업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졸업생들이 취업을 잘했으면, 이 통계 자료를 가지고 또 다음 신입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광고로 쓴다. 이렇게 신입생을 모집하고, 또 취업을 위한 교육을 한다. 이런 악순환으로 대학은 말그대로 학문 연구가 아닌 '취업 학원'으로 전락한 셈이다.
반값 등록금은 결국 천만원짜리 ‘취업학원비’를 깎겠다는 것!
학생들과 부모들은 이미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생각하고, 대학도 그들 스스로 취업 학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볼 때, 대학 등록금은 결국 취업 학원 등록금과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은 지금 취업학원 등록비를 반값으로 깎으라고 지금 대학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설 학원을 보면, 사람들이 학원비를 내리라고 해서 학원비를 내리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학원이 스스로 내릴 만 하다고 판단할 때, 비로서 내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반값 등록금 논쟁은 사실 우리 나라가 취업률이 높다면 논쟁거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만 바로 되면 그깟 대학 등록금은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실업률은 점점 높아만 가고, 대학 4년동안 등록금만 총 4000만원을 지불했는데 졸업하고 나니 학생들은 빚만 생겼다. 하숙을 했던 학생이라면, 그 비용은 더 증가할 수 있겠다. 그래서, 지금 취업을 못한 것을 두고 대학에 분풀이를 하면서 대학의 본분(학생과 부모들 입장에서)인 취업을 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반만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의 압박과 대학의 반발, 해결의 열쇠는 역시 취업!
정부는 대학에 감사를 하면서 등록금을 15%까지 낮출 수 있음을 밝혀냈고, 지금까지 적립금을 많이 쌓아두었으니 그 돈을 활용해 등록금을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반발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인하율을 결정한 사립 대학은 추계예술대학으로 겨우 10% 인하, 즉 90만원을 인하한다고 한다. 그래도 거의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이다. 그 외 대학들은 이보다 낮아, 인하를 결정한 대학의 평균 인하율은 3.9%에 불과하다. 반값등록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경희대 등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등록금 인하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대학의 논리는, 예전에 해왔던 대로 똑같이 학생들을 모집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 나라 학생들의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대학이 못해서가 아닌 국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한다는 점이다. 또는, 대학이 못해서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많이 내는 만큼 기업들이 고용 규모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즉, 대학들에게 실업률이 높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대학 등록금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누누이 강조했지만, 학생과 대학교 모두 취업이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은 실업률 증가의 이유가 대학이 아니라면 그 등록금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에 반발하면서까지 대학이 반값등록금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역으로 정부 스스로 국정 운영을 잘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 즉, 정부가 세금을 거둬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4대강 사업 같은 곳에 쓰지 말고 혹은 정치인들끼리 뇌물을 주고받으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 나라 경제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 및 최선의 노력을 하라는 주장을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럼 반값 등록금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값 대학 등록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취업이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런 암묵적 수요가 계속된다고 하면, 대학은 굳이 등록금을 낮출 이유는 없어진다. 만약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대학 진학률이 30% 정도 된다고 하면, 그 때서야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은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대학 진학률이 80% 정도다. 대학이 등록금을 낮출 이유가 없을 만큼 높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에 반값등록금을 하라고 계속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위의 연세대, 이화여대 외의 대학들처럼 말이다. 반면, 이들은 오히려 정부 스스로 잘하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 혹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경제가 좋아졌다면, 취업률도 높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반값 등록금 논쟁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으니, 정부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없다. 결국,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국립대인 서울시립대만 자체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정리하자면, 지금 상황은 학생들과 부모들은 여전히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대학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률이란 잘잘못을 서로 미루면서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정부와 대학은 취업률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이를 미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취업률이 언제 다시 좋아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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