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과거
후배는 과거가 깨끗한 여자가 좋다고 한다. ‘깨끗’이란 단어를 나도 여기서 꺼내기가 무섭지만, 이 후배는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고, 이 후배가 말하는 것을 짐작해 보면, 깨끗하다는 것은 결국 많은 남자를 만나지 않은 여자라는 뜻이었다. 20대 초반 혹은 중반의 여성이 100명 이상의 남자와 사귀었다면 그것도 또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나에게 말했던 것이다.
또한, 대학교 시절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학교를 다녀 어쩔 수 없이 하숙집에 거주했거나 원룸에서 살았던 여성도 결혼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이런 동시에 대학교 시절 오랜 연인이 있었다면 더더욱 좋지 않다고 한다. 물론, 나도 영국에서 오래 생활해서 집과 떨어져 있으면 좀 더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후배의 생각처럼 꽉 막히지는 않았고, 이것은 여성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후배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먼저, 여자의 과거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전 남자친구를 일일이 다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학교 시절 어디서 살았는지 누구와 살았는지 뒷조사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이 후배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앞서 과거에 대한 추측과 예측기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럴 경우 그 판단에 에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즉, 괜한 의심으로 자신의 진정한 짝을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여자의 현재
과거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여자의 현재일 것이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과거 여자의 모습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고,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현재의 모습이 자신과 가장 잘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후배가 말하길, 여자는 요리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우선, 요리를 할 줄 알면 생활비가 적게 든다. 나도 유학 시절 요리를 못해 매일 사먹었을 때와 어설프게나마 요리를 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음식비 지출의 현저한 차이를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만약 여성이 요리를 잘한다고 한다면, 일석삼조인 셈이다. 즉, 생활비도 아끼고,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배가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여성의 씀씀이다. 사실, 데이트를 할 때, 여성의 씀씀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보통, 남자가 대부분의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배가 주시하는 것은 바로 명품 제품에 대한 씀씀이다. 즉, 지금 명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너무 강하면, 나중에 가정이 파탄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요리를 하면서 생활비를 줄이는 것으로 커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고 한다. 종종 명품에 대한 과도한 소비가 이혼 사유가 되는 만큼 나는 후배의 이 생각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후배가 생각하는 결혼상대자로 가장 적합한 여성은 바로 건강한 여성이다. 어쩌면, 건강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배는 몸이 허약한 여성과 결혼을 하여 임신에 거듭 실패하고 유산까지 하는 친한 형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건강한 여성에 대한 바람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우리 나라 젊은 여성들은 과도하리만큼 다이어트에 신경을 쓴다. 밥도 먹지 않고 야채 혹은 과일만 먹고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후배는 다소 통통해도 건강한 여성이 좋다고 한다. 또, 황당한 것이 이 후배는 자전거 타는 건강한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자주 타면 허벅지가 굵어지는데, 물론 허벅지가 굵은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치마를 입은 자전거를 탄 여인의 이미지가 이상형으로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도시에서는 이런 여성을 흔히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여자의 미래
여자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한다면, 여자의 미래는 나와 같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후배의 생각은 달랐다. 여자의 직업적인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이다. 즉, 후배는 결혼 후에 여자도 경제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집안일을 나눠서 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니, 당연히 하겠다고 한다. 물론, 나는 반신반의했다.
내가 계속 아리송해 하는 표정을 짓자, 이 후배는 여자의 경제적인 능력을 보는 이유를 나에게 말해줬다. 듣고 보니 그 이유가 황당했다. 바로, 나중에 이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산 분할을 위한 것이라고 후배가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꿀밤 한대 때리려다가 말았다. 대신, 그러려면 왜 결혼을 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대답이 더 황당했다. 누구나 실수할 가능성이 있고, 당시 적합한 결혼 상대자라고 생각해도 자신도 그 판단에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납득이 갈 만하다. 사실,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때가 있고, 국가대표 최고의 공격수도 골키퍼를 제쳐 아무도 없는 골대인데도 골을 못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실수를 하면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즉, 후배는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에는 제대로 된 결혼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결혼을 제대로 하려면 위자료로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 이혼 위자료의 지출은 곧 다음 결혼 자금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여자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위자료는 모두 남편의 몫이지만, 같이 일해 돈을 번다면 위자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한 후배가 참으로 주도면밀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주도면밀보다는 황당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후배의 결혼관에 일부는 동의하지만, 대다수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성의 과거 부분에서는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아직까지 조선시대에 사는 것과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드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배는 한가지 아주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과거, 현재 혹은 미래가 아닌 여성의 변하지 않는 착한
마음씨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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