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양갱을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먹는다. 오늘 슈퍼에 가서도 오랜만에 연양갱이 생각나 하나를 샀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 보던 연양갱과는 다른 연양갱이 있어 그걸 샀다. 겉표지를 보니, 우리땅에서 자란 7곡으로 만든 연양갱이라고 해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우리땅에서 자란 7곡이라고 하면 누구나 국산 곡물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알고 샀고, 어느 정도 기존 연양갱보다 뭔가 더 좋은 연양갱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연양갱 뒷면 식품 정보를 보고 나는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말 7개의 곡물(현미, 보리, 흑미, 찹쌀, 기장, 수수, 차조)이 들어 있었고, 그것들은 국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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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굳이 속았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뒷면의 식품 정보를 보니, 7개의 곡물의 함량은 2%다. 그런데, 연양갱 겉표지 정면에 큼지막하게 ‘우리땅에서 자란 7곡으로 만든’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겨우 2% 넣었기에, 이것은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문구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보다 황당한 것은 국산 7곡 이외 가장 많은 함량을 차지하는 팥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연양갱의 색깔을 보면 알겠지만, 90% 이상이 팥이다. 즉, 연양갱의 거의 모든 함량이 중국산인데, 2%의 국산 곡물을 넣으면서 ‘우리 땅에서 자랐다’ 혹은 ‘국산이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미국에 한달 동안 관광을 다녀왔으면서 미국인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팥도 곡물이다. 즉, 롯데는 이 연양갱 겉표지에 8개 중 7개가 우리땅에서 자란 곡물이라고 써야 제대로 된 표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중 우리땅에서 자라지 않은 곡물 1개의 함량이 90% 이상이라는 말을 덧붙여야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과장광고이자 기만광고라고 할 수 있다. 사실과 다르게 국산 곡물이 많이 들어있다고 은연중 말하기 때문에 과장 광고이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의도적으로 침해했기에 기만광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바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함과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쾌락이다. 하지만, 나는 어제 연양갱을 먹으면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을지언정 속았다는 느낌에 음식이 주는 쾌락을 느끼지는 못했다.
국민들 혹은 소비자들은 기업의 정직함을 원한다. 이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기업이 있다니 나는 그저 실망스러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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