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싸게 팔 수 있는 구조이긴 하다. 동네 슈퍼보다 몇 배는 더 큰 창고를 바탕으로 대량으로 도매급으로 물건을 가져올 수 있고, 마찬가지로 대량으로 운송되기에 단위물건당 운송비도 더 적게 든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잘 팔리는 코너를 자릿세 프리미엄을 얹어 제조업체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더 싸게 물건을 가져온다. 이렇게 싸게 들여온 물건들을 역시 싸게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물건의 가격이 동네 상권보다 무조건 싼 것도 아니다. 야채 같은 경우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더 싸기도 하고, 공산품도 가격에 크기 혹은 용량까지 정밀 비교하면 무조건 동네슈퍼보다 싸지 않은 제품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물건이 싸다고 느끼는 5가지 이유
1. 매일매일 신문광고로 소비자 현혹
신문을 보다 보면, 대형마트의 전면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얼마전에는 반값 TV도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고, 그런 특선 상품이 없는 날이라면, 일반 생필품 같은 광고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물건의 가격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를 노리는 꼼수로 작용한다. 한번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일반 치킨의 반 값도 안되는 5000원의 통큰 치킨을 예로 설명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큰 치킨이 나오기 전에 치킨이 비싼 줄 모르고 먹었다. 하지만, 5000원의 새로운 치킨 가격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셈이고, 이제야 사람들은 다른 치킨을 먹을 때마다 치킨이 비싸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대형마트는 통큰치킨을 출시했던 것과 같이 다른 제품도 신문광고를 통해 열심히 저렴한 가격이란 닻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즉, 잦은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각자가 관심 있는 제품의 가격을 기억하게 만들어 놓고,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대형마트 광고에서 봤던 제품 가격을 떠올려 자동 비교하겠금 유도하여 동네 상권쪽이 비싸면 구매하지 않겠금 하는 것이다.
2. 매장 행사상품에 매혹된 소비자
대형마트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하게 쌓인 행사상품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그 가격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놀라게 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놀라운 감정을 뇌에 기억한다. 게다가, 이런 놀라운 감정에 중독되어 다음에도 이런 느낌을 또 느끼길 원한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놀라고 커서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행사상품의 놀라운 가격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나중에 동네 슈퍼에 갈 때마다 똑같은 상품을 봤을 때, 속으로 이거 대형마트에 가면 행사상품으로 같은 가격에 두 개 살 수 있다며 구매를 미루는 경우는 대형마트의 이런 기억 때문이다.
3. 대형마트 끼리의 가격 경쟁 꼼수
대형마트 끼리의 가격 경쟁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물건 가격이 싸다고 느끼도록 하는 은밀한 꼼수다. 가령, 국민들 한번쯤은 두 대형마트 서로가 자기들 물건이 더 싸다고
경쟁하면서 누구도 먼저랄 것 없이 만약 그렇지 않다면 10배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하는 것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경쟁이 점점 가열될수록 이런 소식은 9시 뉴스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이 소식을 듣는 소비자 대부분은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을 위해 열심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이런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가장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 자체를 심어주는 것에 있다. 최저 가격 보상제 등을 만들어 대형마트간 최저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가 다른 어느 곳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즉, 9시 뉴스에 대형마트간 가격 경쟁이라는 뉴스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공짜 광고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광고를 종종 경영학계에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4. 대형마트만의 쇼핑 경험 제공
보통, 어느 볼거리가 있는 장소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라는 것이 있다. 가령, 놀이동산, 영화관, 유료 공원, 클럽 같은 곳은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가 구경을 하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들어가면서 똑같이 시각적으로 즐기기를 좋아하고 원한다.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굳이 사지 않아도 눈으로만 봐도 즐거운 곳이 대형마트인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거대함, 방대함 그리고 볼거리에 압도되어 동네 슈퍼와 가격이 똑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대형마트가 싼 것처럼 느끼는 착각이 생긴다. 그 이유는, 같은 가격의 물건을 사더라도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공짜로 구경했으며 관람했다는 느낌에 물건 자체를 싸게 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5. 경직된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
위와 같은 경우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물건을 싸다고 처음 인식하게 된다. 재래시장, 동네슈퍼보다 더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싸게
사려는 심리가 있기에, 다른 곳이 싸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만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싸게 사는 것은 곧 자신이 현명한 소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고, 어느
누구나가 우둔한 소비자가 아닌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현명하다는 생각 하에 대형마트를 방문한다.
문제는, 소비자는 물건을 산 이후에도 스스로 현명한 소비자임을 굳게 믿으려 한다는 점이다. 즉,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다른 곳과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굳이 그런 비교를 하려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가격 비교 자체를 거부 혹은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처음에 물건을 살 때 현명한 선택을 했듯이, 물건을 산 이후에도 계속 현명한 소비자로 남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른 곳의 가격이 더 싸다는 사실이 밝혀져 후회하며 자신 스스로 우둔한 소비자라고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네 상권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인식적 자극이 없다면 한번 대형마트가 싸다고 느낀 소비자들은 계속 그렇게 믿을 가능성이 크며, 결국 소비자들의 행동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직된 인식과 행동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계속 대형마트를 방문해 물건을 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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