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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괘씸한 은행? 손실나도 고임금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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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불황이기에 경제 전반이 힘들고, 이건 은행업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내가 짧게나마 일했던 리먼 브라더스는 망했고, 그 거대한 메릴린치도 헐값에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흡수합병되었다. 

그런데, 아직 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기도 전인데 이미 미국과 영국의 투자 은행들은 지난해 직원들에 고액의 임금과 보너스를 지불했다고 한다. 은행이 망하려 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살려주지만, 은행직원들은 대다수의 국민들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아이러니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G20 회의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필두로 유럽 정상들의 지지아래 이제 은행 고액 연봉을 없애자는 논의까지 이뤄졌으니, 조만간 은행의 고액 임금은 없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세상의 이목도 좋지 않으니, 정말 은행의 고임금은 없어져야 만인이 행복해 질 것만 같다. 하지만, 정말 은행들의 고임금 현상은 없어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기 전에, 왜 은행에 일하는 직원들이 많은 연봉 혹은 보너스를 받는지 알아보자.

은행업은 전문화된 직업이다. 그래서, 입사하기 어렵기로 소문났다. 들어가려고 하면, 온갖 시험에 면접도 최소 두번은 본다. 게다가 은행 숫자도 다른 업종보다 적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전체 노동인구에 비해 은행에서 종사하는 사람의 수는 적다. (창구쪽 제외하면 훨씬 적어진다. 하지만 창구쪽을 제외하면 평균 임금은 더욱 높아진다) 해당 업종 가능 인구가 적으면, 그 임금 수준은 당연히 다른 직종보다 높아진다. 이렇듯, 은행업 쪽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다소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것이다.

그런데, 그 임금이 사람들의 눈높이에 비해 너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은행간 빈번한 노동인력 이동으로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은행업 노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데에 더해, 각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역할이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인력 이동이 다른 직종보다 활발하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기업금융 황 팀장은 하나은행 기업금융쪽으로 돌다리 건너는 것처럼 쉽게 옮겨갈 수 있고, 각 은행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일은 모두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또, 이것은 뛰어난 은행원들을 낚아채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경쟁사보다 더 많은 돈을 매개로 말이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Royal Bank of Scotland(RBS)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관련, ABN 암로 합병 관련 손실 등으로 대량의 손실을 봤지만, 역시나 지난해 말 자사 은행원들에 우리 나라 돈 2조원이 넘는 보너스를 뿌렸다. 명목적으로, 직원들에 사기를 불어 넣어 올해에 열심히 하자는 뜻이 담겨 있지만, 결국은 자사의 뛰어난 직원들을 다른 은행들에 잃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어쩌다가 불황을 피해 큰 수익을 냈던 영국의 가장 활발한 투자 은행 Barclays(바클레이스)나 세계 최대 투자 은행인 Goldman Sachs(골드만 삭스)는 RBS보다 더 많은 우리 나라 돈으로 총 8조원(바클레이스)과 20조원(골드만 삭스)을 자사 직원들에 뿌렸으니, RBS가 직원들에 보너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우수한 직원 대다수가 직장을 옮겼을 것이라는 영국 BBC방송의 관측도 나왔다.

이렇듯, 은행들은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 임금 형성 수준에 더해, 우수한 직원을 자사에 붙잡아 놓기 위해 쌈짓돈을 얹어 더 많은 임금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또, 은행 직원간 커뮤니티는 아주 활발해 서로간 연봉 정보는 물론 보너스 계약까지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일하는 곳의 연봉이 조금이라도 낮으면, 3개월의 노티스를 주고, 그 사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이 업계의 순리인 것이다. 영국은 이 같은 일이 빈번한데, 아직 한국은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계 금융회사와 한국쪽은 수익 모델이 엄청 차이가 난다. 외국계는 적극적인 투자 모델을 이용하면서, 금융위기 때는 종종 망하기도 하지만 위기 관리를 잘 한 경우에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은 다 아시다시피 소비자금융을 중점으로 한 수동적인 예대 수익을 추구한다. 게다가, 수동적이다 못해 보수적이어서,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가는 것에 아직까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곧 한국도 투자 은행쪽으로 발달할 수 밖에 없고, 또 현재 그렇게 정부에서 밀어주고 있으니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쪽 투자 은행들처럼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이럴 경우, 지금도 높다고 생각하는 우리 나라 은행 직원 연봉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은행의 고임금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없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으로 은행 최고임금제도를 정해놓으면 모를까 이번 금융위기가 완전히 걷히는 동시에 어느 직종보다도 은행 직원들의 임금이 가장 먼저 올라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차선책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은행 고임금 현상을 정부 정책으로서 무자비하게 제한하려고만 하지 말고, 차라리 은행 직원들에게 맞춤 기부 정책을 써서 사회 복지 자금으로 환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령, 교회에서 십일조 같은 것을 걷는 것과 같은 원리로 수익 중 일부를 자동적으로 사회 기부하는 것이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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