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도 일본과 같이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둬 그 출산율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들과 비교해서 아직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꼈다고 볼 수 없는 우리 나라가 산업 발달이 급격했던 것처럼 고령화도 급격히 찾아온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는데에
있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아직 젊기에, 고령화에 대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물론, 취업도 해야 되고, 결혼도
혼자 하는 것도 아니기에 힘들다는 것은 안다. 나 역시 결혼도 해야 되고 취업도 해야 되기에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령화는 모두에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문제는?
퇴직 연금이 어떻고, 또 이 연금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경제적 위기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젊은이들이 미래 짊어질 그런 경제적 대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대부분 취업을 늦게 하고, 또 결혼도 늦게 하면서 노후 대비가 늦어지는데 이럴 경우 회사에 입사해서 퇴직 후 충분한 연금을 확보를 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따로 연금을 들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생계비까지 빼면 여가 생활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 물론, 피고용자가 아닌 한 회사의 사장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고령화의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는 출산율 저하. 늦게 결혼을 해도 출산율이 높아지면 솔직히 별 문제가 없다. 출산율이
높다하면 고령화 사회라는 말도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출산율 자체가 낮아지게 되고, 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갈수록 힘들어 진다. 아직까지 선진국처럼 출산 휴가도 눈치보면서 갔다 와야 하고, 또 갔다 온 후에 자기 책상이 없어지는 일도 아직까지 중소기업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붙잡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번 후 출산은
나중에 생각하는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다. 출산율이 저하된다면, 당연히 국가
경쟁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못 사는 중국이 국가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것도 그들이 가진 막대한 인구때문이라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의 미래 모습은?
솔직히, 나도 고령화 인구에 포함되려면 40여년이란 세월을 더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때를 생각해 보면 끔찍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늙어 변한 내 모습을 생각해서 끔찍하단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인으로 가득찬 도시들을 보니 무슨 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에 끔찍하다는 것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간단히 말하면 젊은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유소년 10명당 고령자 7명 수준인데, 고령화 사회가 더 진전되면 고령자가 유소년 혹은 청년 인구 수도 능가할 것이다. 이럴 경우, 상상하기는 싫지만, 젊은이들이 하는 일자리, 즉 아르바이트 거의 모두를 노인분들이 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서 유소년, 청년들의 노동력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요즘은 아르바이트 모집이라고 하면, 용돈을 벌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들겠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모집인원을 다 채우기 힘들어진다. 또, 이들은 이제 한 가정의 아주 귀한 (지금보다 훨씬 귀한) 자식들이 된다. 그 숫자가 아주 적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도 극진하다. 즉, 이렇게 아끼는 아들딸들을 험난한 아르바이트 세계에 몰아 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차라리 부모들은 용돈을 많이 주는 선택을 한다. 따라서, 알바비를 많이 주겠다고 해도 그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노령 인구에게는 아르바이트가 필수가 된다. 요즘에도 언젠가 간간이 노령 인구를 모집하는 주유소를 봤다.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주유소가 노령인구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커피숍에
가도 노인분들이 계산을 하고, 커피를 만들어 줄 것이며,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도 노인분들이 콘에다 아이스크림을 퍼 줄 것이다. 또, 피자배달을
시켰는데 오는 사람은 청년이 아니라 노인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끔찍한 현상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풍부하지 못한 퇴직 연금에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 나라는 이명박 정부 들어 부채가 1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지금 계산으로 국민 한 명당 부채 800만원 가까이 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이제 막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가 800만원 부채를 떠안고 태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노령화 사회에서는 그나마 이 출산율도 줄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부채를 모두 떠 안아야 된다는 뜻이 되는데, 노인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노인분들은 퇴직을 해서 수입이 없다. 당연히 연금에서 제할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보장 나이를 줄이거나 아니면 연금 금액을 줄이는 방식이 사용될 것이다. 결국, 노인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필수가 된다.
노인분들에게서 연금을 줄이는 것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비도덕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연금을 줄이려면 세금을 열심히 내줄 젊은이들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젊은이들은 취업이 늦고, 돈을 벌기는커녕 소비하기 바쁘다. 또, 요즘은 소비의 시대이지 저축의 시대가 아니다. 더 비싼 명품, 더 큰 배기량의 자동차,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원하는 것이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산다. 빚이 많아지면 당연히 그들이 미래에 받을 연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내가 서두에 말한 젊은이들이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령화 사회는 꼭 경제적으로만 보지 않아도 그 자체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잠시 눈감고 상상해보자. 만약 집밖에 나가보니 모두 노인분들 밖에 없다고 생각해 보자. 또, 아파트 놀이터에 있어야 할 사람이 꼬마 아이들이 아닌 노인분들 뿐이라면 또 어떨까.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는 기사만 읽고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국가, 기업, 가정, 청년, 중년, 노년, 여자, 남자 그 누구나 할 것 없이 이것은 모두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