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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이슈

경제 논리로 보는 우리 나라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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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만 봐도 학원 버스가 많이 다닌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음악학원 심지어 태권도학원까지 방과후 학생들을 데리러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 알림판에는 과외 광고도 여러 개가 붙어있다. 거의 수학, 영어, 악기 연주 과외들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 나라 공교육, 즉 학교 교육이 무너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회 현상이다. 학원 버스가 마치 마을 버스처럼 아파트 주변에 돌아다니고, 아파트 소식을 알려줘야 할 알림판에 과외 광고가 난무하는 것은 바로 우리 나라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 사회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교육이 무너진 것은 3가지 경제 논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사교육에 대한 비용 지출을 투자로 보는 논리

 

전체 학생들을 생각해보자. 각각의 학년의 학생들은 그 나름대로 순위가 정해져 있다. 전국으로 봤을 때, 1등부터 몇 십만 등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학교 교육만 받는다면 이들의 등수 변화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모두 동일한 수업을 듣고, 동일한 숙제를 들으며,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과외를 시키고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돈을 써가며 자식들의 그 등수를 올리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반에서 30등인 A학생이 과외를 해서 성적이 5등까지 올랐다고 하자. 당연히, 과외를 한 A 학생도 기쁘고 그 학부모들도 기뻐한다. 과외 선생님은 자신 때문에 성적이 올랐다는 사실에 기쁘고, 반 평균이 올라 담임 선생님도 덩달아 기뻐한다. 문제는, 이 학생이 과외를 해서 성적이 올랐다는 사실이 다른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알려졌을 경우다.

 

이럴 경우, 다른 학생들도 A 학생과 비슷한 과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극성스러운 다른 학생의 학부모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어디 용하다는 점집이 있다면 사람이 우르르 몰려가듯, 수많은 학생들이 A 학생과 비슷한 과외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A 학생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다시 본래의 성적인 30등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A 학생과 비슷한 과외를 받은 학생들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과외는 더 많은 투자를 부르게 된다. A 학생은 다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또 다른 과외를 할 가능성이 높고, 또 이것을 본 다른 학생들도 경쟁적으로 다른 과외를 또 하게 된다. , 성적을 올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인해 사교육에 대한 투자 경쟁 심리가 심해지고, 사교육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둘째,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

 

학생으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누구나 정해져 있다. 대학가기 전까지 초등학교 6,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이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재수하는 기간도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비공식적인 재수 기간은 제외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 학생들은 이 주어진 12년 안에 자신의 지식을 최대로 쌓아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공교육으로는학생들의 실력을 키우기에 한없이 부족하다.

 

선생님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한번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 제도를 살펴 보자. 예컨대, 과연 영어를 가르치는데, 사범대에서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사람과 미국에서 10년간 아무 전공이나 공부한 유학생과 누가 더 잘 가르칠까. 게다가, 수능 영어를 보면 듣기 평가도 있다. 과연 영어교육과 졸업한 선생님이 영어 듣기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당연히, 학원 가서 유학생 출신의 학원 강사 혹은 원어민 강사한테 듣는 것이 더 성적이 오른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한번 그 중요한 수학을 살펴보자. 수학 선생님 대부분이 공식을 외우라고 가르친다. 공식을 외우라고 하지 않는 선생님도 칠판에 문제를 풀 때 공식 외운 것을 적용해 문제를 풀고 있다. 왜 그런지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수업 종이 치면 책을 덮고 숙제로 낸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학생들은 숙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학원 가서 학원 선생님한테 학교 숙제를 물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12년 안에 최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사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최대의 효과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하는 것이다. 경제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것인데, 시간은 곧 비용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은 재수를 해서 1년의 시간을 더 들이면 그만큼 비용이 더 드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곧 돈이라는 논리.

 

우리 나라 대학들의 서열이 정해져 있다. 서울대가 가장 좋다는 것은 우리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 외 대학들과의 차이도 엄청나다. 그래서, 웬만큼 공부를 한다는 고등학생들은 누구나 서울대를 꿈꾼다. 그리고, 서울대가 아니라면 인서울을 꿈꾼다. 하지만, 서울대에 가는 학생들은 전체 수능 응시생의 0.5% 정도, 인서울 대학까지 합하면 10% 정도다. 전체 수능 응시생이 65만명 정도니까 65천명을 제외한 학생들은 모두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카이스트, 포스텍 등 일부 지방대 제외)

 

이렇게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돈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교에 가야 졸업 후 취직을 잘할 수 있고, 결국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학부모들은 믿고 있고, 대학생들도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봤듯이 좋은 대학의 숫자는 너무나도 적다. 위에서 인서울이라고 했는데, 인서울 대학 중에서도 비리가 많고, 학생들에게 평이 안 좋은 대학도 많다. 인서울이라도 다 같은 인서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좋은 대학이라는 관문은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좁다는 것이다. 그 좁은 관문을 두고 그토록 심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좁은 관문을 뚫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공교육에만 의존하지 못한다. 한 학생의 인생이 달린 길이기에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돈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 좋은 대학 가는데 그렇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복지사회로 유명한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그저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북유럽처럼 과연 우리 나라에서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돈을 벌기 위해 좋은 대학에 집착하지 않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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