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문제, 해외시장과 내수의 자동차 성능 차이 논란 등 회사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현대차지만, 지난 IMF위기와 또 지금껏 세계금융위기를 아무 탈 없이 버티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뿐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런 극심한 침체 속에 현대차는 무려 9조원을 연구개발 투자 자금으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이 중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2조 4천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하네요. 정부에 돈을 달라고 떼쓰는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 속에 홀로 당당하게 ‘나 투자할 자금 많아!’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또, 말로만 ‘위기가 기회다’라고 외치는 기업 분위기 속에서, 실제로 이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한국 기업의 모범이 되고 있죠.
이 연구개발 투자 계획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9조원이라는 거대한 금액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위기 속에서 나온 투자계획이기에 그렇고, 현대차가 가진 기회를 위한 투자이기에 그렇습니다.
영국의 자동차 역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영국 자동차업체는 미국,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지만, 지금 영국 자동차 회사는 거의 모두 외국 기업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복스홀, MG 로버, 미니, 재규어, 롤스-로이스, 벤틀리, 로터스, 아스톤 마틴 등 영국 국민에게 사랑받던 회사들은 모두 미국, 독일 등의 회사로 넘어간 지 오래죠. 지금은 일부 모델이 럭셔리 브랜드로 각광받고도 있지만, 그 당시 투자를 제때 하지 않아 점점 시장에서 낙오되면서 외국 기업에 헐값에 팔렸습니다.
또, 요새 F1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멕라렌 SLR만 봐도 자동차 시장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원래는 멕라렌이란 영국의 작은 F1 자동차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지자 거의 경영을 포기했는데, 1999년 메르세데스-벤츠가 그 기술을 인정, 파트너쉽을 맺고 멕라렌에 6천억원이란 당시 거대 금액을 투자해서 지금의 메르세데스-벤츠 멕라렌 SLR을 만들었습니다. 멕라렌은 이 투자로 하여금 1996년 때 중단한 자동차 생산을 2005년에 벤츠-멕라렌SLR 자동차 브랜드로 600대 판매를 돌파할 수 있었죠.
이렇듯, 연구개발투자 자금 그 자체로만 자동차 회사를 먹고 살릴 수 있습니다. 또,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자동차 시장의 선도주자로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현대차(기아차)는 대한민국 유일의 자동차 브랜드며, 이런 불경기에 연구개발투자 자금이 충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현대차가 자랑스런 이유가 충분히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