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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한국 사회

영국 퀴즈프로그램과 우울한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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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상자라며, 오락거리에 불과하지만, 영국 유학 생활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중 영국 퀴즈프로그램은 국회TV와 함께 영어 공부에 아주 좋은 자료가 되죠. 사실, 지루한 국회TV보다 퀴즈프로그램이 재미도 있고, 공부를 할 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영국 방송은 공중파가 5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BBC1, 2와 나머지 ITV1, 채널4 그리고 채널5가 있는데, 케이블도 아닌데 24시간 방송이 되죠. 이 중 단연 BBC1, 2가 평균적으로 시청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BBC가 공영방송으로서, 유익하고,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되고, 누구나 보기에 알맞은(?) 그런 방송을 추구하는 반면 나머지 3사는 오락 중심이라고 보면 되죠.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은 어느 채널이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저녁 먹을 때쯤에는 TV를 켰습니다. 같이 사는 하숙생들과 밥 먹으면서 TV를 봤는데, 저녁 시간 때쯤이면 항상 퀴즈프로그램을 했죠. 주중은 물론 주말까지 저녁 황금 시간대(5~9)대에 퀴즈프로그램은 하나씩 꼭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영국사람들이 얼마나 퀴즈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University Challenge(대학교 대표로 나와서 퀴즈대결), Weakest Link(퀴즈를 맞추면서, 라운드마다 최약체를 골라 솎아내는 방식의 퀴즈), Master mind(앵커와 퀴즈 도전자가 11로 스피디하게 함),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한 사람씩 나와서 퀴즈를 풀면서, 우승하면 100만파운드를 주는 것), 퀴즈는 아니지만, 내가 귀국할 때쯤 인기 있었던 Big Deal(상자를 이용해 돈이 든 상자를 추측하면서 솎아내는 게임)을 주로 봤습니다.

 

퀴즈는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이를 빠른 시간 안에 맞추면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퀴즈 문제를 내는 프레젠터는 문제를 또박또박, 필요하다면 천천히 상대자가 알아듣기 쉽게 문제를 내는 것이 기본이죠. 따라서, 퀴즈 프로그램은 우리 유학생들에게 실전에서 배울 수 있는 최상의 듣기 공부 시간을 줍니다. 물론, 자신의 지식을 시험할 수 있으니 퀴즈까지 맞추면 보너스죠.
 

재미있었던 기억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며, 같이 문제를 맞추는 게임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같은 프로그램은 프레젠터가 문제를 내면, 대부분의 도전자가 4개의 답 중에 하나씩 답과 거리가 먼 것을 이유를 말하면서 제거해나갑니다.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와  크리스(프레젠터)

우리들은 TV속의 도전자가 질문을 듣는 동시에 답을 정해 말하고, 도전자가 풀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맞네 너가 맞네 스스로 이유를 대며 자신이 찍은 것이 답이라고 우깁니다. 예상이 빗나갈 때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죠. 솔직히, 이 프로는 질문이 나오자 마자 화면 아래쪽에 질문 자막이 보이기 때문에 영어 듣기를 못해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퀴즈를 맞추면서 밥을 먹는 것은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친해지며,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와는 다르게 Weakest link
Master mind 등의 퀴즈는 온전히 듣기에 의존해야 합니다. 유학생들에게는 좀 난이도가 있죠. 초반 Weakest link는 쉬워서 어느 정도 맞출 수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어려워 집니다. Master mind는 그 난이도가 처음부터 아주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한번은 퀴즈 한문제 맞추려고, 이어폰을 꽂고 크게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크게 TV 소리를 높이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소심한 마음에 그랬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어폰 끼고 크게 들어도 Master mind 퀴즈를 못 풀었던 이유가 프레젠터가 남자여서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참고로, Weakest link의 프레젠터는 앤이라는 여성.
 
 
Weakest link의 앤(프레젠터)과 도전자들. 도전자들은 종종 혹은 자주 방크(Bank)!를 외친다.

영국에서 지낸 시절, 나는 나 스스로 영국사람은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라고 단정지어 말해도 될 만큼 그들은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좋아하고, 보길 좋아하고, 또 공급자는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려는 시도도 참으로 많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지식 혹은 상식을 시험하길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의 국민성에 의한 것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 이방인인 내가 그런 국민성을 알리는 만무하고,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고민했죠. 하지만, 막상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상 생활 가운데 영국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퀴즈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죠. 또, 우리나라처럼 누구나가 IT관련 혹은 영어시험 등의 자격증 시험에 목매지 않아도 되니, 그들 나름대로의 지식 혹은 상식을 시험할 퀴즈 프로그램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니 괜시리 군대까지 갔다와야 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불쌍해지기도 하네요. 우리 나라 청년들 화이팅~